[동아일보]
대통령의 彈劾이 가져다 준 충격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彈은 의미부인 弓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單으로 구성되었다. 弓은 활을 그렸지만, 單의 갑골문 자형(왼쪽 그림)이 무엇을 형상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單으로 구성된 獸나 戰(전쟁 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獸는 갑골문에서 單과 犬(개 견)으로 구성되었는데, 犬은 사냥개를 의미하고, 單은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유용한 수렵 도구인 ‘볼라스(bolas)’와 같은 것을 그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볼라스는 줄의 양끝에 쇠 구슬을 매달고 이를 던져 짐승의 뿔이나 발을 걸어 포획하는데 사용하던 도구를 말한다. 다만 單에는 쇠 구슬 대신 돌 구슬이 사용됐을 뿐이다.
單은 당시 이러한 사냥 도구는 물론 그러한 사냥 조직을 말했다. 또 그 조직은 사냥을 위한 것이었지만 유사시에는 전쟁을 치르는 군사조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商(상)나라 때는 씨족으로 구성된 사회의 기층단위를 單이라 불렀다. 單이라는 조직은 單一(단일) 혈연으로 구성되었으며, 독립적으로 운용 가능한 기초 조직이었기에 ‘單獨(단독)’이라는 뜻이 생겼을 것이다.
줄의 양끝에 매달아 던지던 돌 구슬은 이후 새총처럼 활에 달아 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弓과 單이 합쳐진 彈은 彈丸(탄환)이라는 뜻을 가지고, ‘튕기다’는 뜻도 생겼다. 이 단계에 이르면 돌 구슬은 단순한 사냥도구에서 벗어나 인명 살상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그래서 戈(창 과)와 결합해 戰이 되었다.
劾은 亥와 力(힘 력)이 결합된 구조이다. 亥의 갑골문 자형(오른쪽 그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머리와 발이 잘린 돼지라는 설이 유력하다. 제사에 쓰일 희생물로서의 돼지를 말한 것이다. 力은 원래 刃으로 썼던 것이 잘못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劾의 의미는 刀(칼 도)와 亥로 이루어진 刻(새길 각)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刻과 劾은 모두 옛날에는 ‘잘라 내다’는 뜻을 가졌으나 이후 의미가 조금씩 변했다.
彈劾은 ‘남의 죄상을 캐어 밝힌다'는 뜻이지만, 자원대로 해석한다면 ’어떤 표적물을 쏘아(彈) 잘라 낸다(劾)‘는 뜻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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