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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은 끝났다

bindol 2021. 9. 13. 05:32

마윈은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0:24

유상철 기자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중국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민영기업가들이 줄줄이 얻어터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연예계가 박살이 난다. 어안이 벙벙한 건 중국 민초들 또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사태를 분석한 글 하나가 중국에서 엄청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에 제2의 문화대혁명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글 제목은 “한바탕 심각한 변혁이 진행 중이란 걸 우리 모두 느끼고 있지 않은가”. 글쓴이는 올해 62세의 리광만(李光滿). 화중전력보(華中電力報) 편집인 출신으로 지금은 은퇴해 인터넷 공간에 개인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렇게 유명 인사는 아니다.

‘살아있는 재신(財神)’으로 추앙받던 마윈의 시대는 끝난 걸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데 중국의 인민일보와 신화사, 중앙텔레비전(CCTV) 등 내로라하는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지난달 29일 일제히 리광만이 개인적으로 발표한 글을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중국 정부, 그것도 고위층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인들은 대번에 감을 잡는다. 중국 당국의 뜻이 반영돼 있으니 주목하라는 거다. 리광만은 글에서 중국 연예계가 썩어빠졌다고 질타하며 알리바바와 디디추싱에 대한 처벌은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共同富裕)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엔 현재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제영역과 금융영역, 문화영역에서 정치영역에 이르기까지 한바탕 심각한 변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혁명” 또는 “정치 변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