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民主는 백성(民)이 주인(主)이 된다는 말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뜻한다. 백성이 주권을 가지기까지 우리는 엄청난 투쟁과 희생의 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5·18 민주화 운동도 그의 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한자의 자원으로 살폈을 때 백성(民)은 국가의 주권주체가 아니라 황제 혹은 통치권자에 종속된 노예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금문에서부터 등장하는 民은 예리한 칼에 눈이 자해된 모습이다. 옛날 포로나 죄인을 노예로 삼을 때 한쪽 눈을 자해한 것은 주로 성인 남성 노예에 대해 반항 능력을 상실시키고자 그랬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을 경우 단순한 노동은 가능하더라도 거리 감각의 상실로 적극적인 대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民은 ‘노예’가 원래 뜻이며, 이후 의미가 점점 확대되어 통치의 대상이 되는 百姓(백성)이라는 뜻에서 일반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한자에서 童과 臧도 그러한 모습을 반영한 글자다. 童은 금문에서 辛(매울 신)과 目(눈 목)과 東(동녘 동)과 土(흙 토)로 구성되었는데, 辛은 형벌 칼을 뜻하고 東은 발음부호의 역할을 한다. 이후 자형이 축약되어 지금처럼 되었으며, ‘설문해자’에서 ‘죄인을 노예로 삼는데, 남자는 童이라 하고 여자는 妾(첩 첩)이라 한다’고 했다.
이렇듯 童도 한쪽 눈(目)을 자해하여(辛) 노예로 삼은 모습을 그렸으며, 이후 그 연령 대에 해당하는 ‘아이’를 지칭하게 되었다.
臧 역시 눈(目)의 방향을 바꾸어 그린 臣(신하 신)과 戈(창 과)로 구성되어, 창(戈)으로 눈(臣)을 자해한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臧도 ‘남자 노예’가 원래 뜻이며, 이후 순종하는 노예가 좋은 노예라는 뜻에서 ‘좋다’와 ‘훌륭하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主는 갑골문에서 주로 그려 불이 타오르는 등잔불의 심지를 그렸으나 소전체에 들면서 아랫부분에 등잔대가 더해져 지금처럼 변했다. 그래서 ‘심지’가 主의 원래 뜻이며, 심지는 등잔불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主流(주류)나 主體(주체)와 같이 ‘중심’이라는 뜻이 나왔다. 그러자 심지를 뜻할 때에는 火(불 화)를 더하여 炷로 분화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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