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歌는 의미부인 欠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哥로 구성되었는데, 哥는 다시 두 개의 可로 구성되었다.
可는 갑골문에서 괭이와 입(口·구)을 그렸다. 괭이는 농기구를 상징해 농사일을 의미하고 口는 노래를 뜻한다. 그래서 可는 농사일을 할 때 불렀던 勞動歌(노동가)를 상징한다. 노래를 부르면서 일을 하면 고된 일도 쉽게 느껴지고 힘든 일도 쉽게 이루어졌던지 可에는 ‘적합하다’나 ‘可能(가능)하다’는 등의 뜻이 생겼고, 그 뒤 肯定(긍정)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로 사용됐다.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뜻하는 可가 두 개 합쳐졌다는 것은 ‘설문해자’에서의 해석처럼 ‘노래(可)가 계속해서 이어짐’을 뜻했다. 그래서 哥는 ‘계속해 노래 부르다’가 원래 뜻이다. 하지만 위진 남북조 이후 북방의 鮮卑(선비)족이 중원에 진입하면서 哥에 ‘따꺼(大哥·큰 형님)’와 같은 ‘형’이라는 전혀 다른 뜻이 생겼다. 그것은 선비족의 말에서 형이나 아비 항렬을 부르는 호칭인 ‘아간’을 한자로 ‘아꺼(阿哥)’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래라는 원래 뜻을 말할 때에는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을 그린 欠을 더하여 歌로 분화했다. 歌는 欠 대신 때때로 言(말씀 언)을 붙인 가를 쓰기도 했는데, 노래는 말(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謠는 言과 #로 구성됐다. #는 다시 肉(月·고기 육)과 缶로 구성되었다. 缶는 금문에서처럼 절굿공이(午·오)로 질그릇을 만들 흙을 그릇(감·감) 속에서 빠개는 모습이며, 그래서 ‘질그릇’이라는 뜻이 나왔다.
肉은 원래의 자형에서는 爪(손톱 조)로 되었던 것이 소전체로 들면서 잘못 변해 月처럼 되었다. 그래서 #는 손(爪)으로 질그릇(缶)을 만들며 노래하는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린 글자였으며, 그 뒤 질그릇 자체가 타악기의 하나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뒤 자형이 #로 잘못 변하게 되자 다시 言을 더해 謠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謠는 질그릇 등을 만들 때 혼자 흥얼거리며 읊조리는 노랫가락(言)을 말한다. 그렇다면 謠에서의 # 역시 의미부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지금은 歌와 謠가 한 단어로 합쳐져 노래를 뜻하지만, 전통적으로 歌와 謠는 구분되어 쓰였다. 즉 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를 歌,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徒歌·도가)를 謠라고 했다. 하지만 歌든 謠든 자원으로 볼 때 모두 勞動歌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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