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燐은 火(불 화)가 의미부이고 (린,인)이 소리부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린,인)은 의미부도 겸하고 있다. (린,인)은 금문에서 원래 사람의 정면 모습(大·대)에 두 발(舛·천)을 그렸으며 사람의 정면 모습(大) 사이로 점을 네 개 찍어 불이 번쩍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아마 원시축제 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불춤을 추거나 燐을 바른 장식으로 번쩍거리게 한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발(止·지)의 모습이 두 개 합쳐져 만들어진 舛은 바로 그러한 동작을 강조한 글자이다. 하지만 소전체에 들면서 大와 네 점을 그린 (린,인)의 윗부분이 炎(불꽃 염)으로 변했으며, 예서 이후 米(쌀 미)로 변해 지금의 자형으로 고정되었다.
불꽃을 상징한 (린,인)의 윗부분이 米로 변해버리자, 번쩍거리는 불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다시 火(불 화)를 더한 燐이 탄생했으며 ‘도깨비불’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또 石(돌 석)을 더하여 (린,인)을 만들기도 했는데, (린,인)은 ‘돌(石)이 번쩍거림(린,인)’을 뜻한다. 水石(수석)이라는 말처럼 돌은 물속에 있을 때 제 모습을 발휘한다. 그래서 (린,인)에는 ‘돌 틈으로 물이 흐르는 모양’이라는 뜻이 담기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학원소를 나타내는 기호로서의 ‘인(P)’을 뜻한다. (린,인)은 비금속 화학원소이기 때문에 다른 원소 이름처럼 金(쇠 금)이 들어가지 않고 石이 들어갔다.
그래서 (린,인)이 들어간 글자에는 ‘번쩍거리다’는 의미가 깊숙이 스며 있다. 예컨대 麟은 상상의 동물인 麒麟(기린)을 뜻하지만 오색으로 번쩍거리며 화려한 모습(린,인)을 한 길상의 동물인 사슴(鹿·록)처럼 생긴 동물이라는 뜻이다. 고대 중국에서의 기린은 지금처럼 목이 긴 아프리카산 ‘麒麟’이 아니라 사슴 몸에 쇠꼬리에 말갈기를 한 상상의 동물을 말한다. 지금의 기린은 따로 長頸鹿(장경록)이라 하는데, ‘목(頸)이 긴(長) 사슴(鹿)’이라는 뜻이다. 굳이 ‘사슴’으로 표현한 것이 이채롭다. 또 魚(물고기 어)가 더해진 鱗은 ‘물고기(魚)의 번쩍거리는(린,인) 부분’을 지칭한다.
반면 隣에서의 (린,인)은 소리부로서의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다. 隣은 원래 5家(가)로 이루어진 주민 조직을 뜻했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城邑(성읍)을 뜻하는 邑이 의미부가 되었다. 그로부터 그 단위 속에 포함되어 함께 사는 ‘이웃’이라는 뜻이, 다시 隣近(인근)처럼 ‘가까운’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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