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質은 전국문자부터 등장하는데 대체로 소전체의 형체와 비슷하며, L과 貝(조개 패)로 구성되었다. 貝는 갑골문에서 조가비의 모습이고, 조가비는 옛날에 화폐로 쓰였기에 다시 돈이나 재물이나 재산 등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L은 도끼를 그린 斤(도끼 근)이 둘 모여서 모탕, 즉 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 놓는 나무토막을 말한다.
그래서 質은 모탕처럼 ‘돈(貝)과 같이 가치 있는 것의 밑받침(L)이나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에서 처음에는 ‘抵當(저당·담보로 잡힘)’의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質이 좋다’나 ‘質이 나쁘다’의 쓰임에서처럼 質에는 질 좋은 원자재가 나중에 실제 쓰일 수 있는 물건으로 가공되었을 때 화폐가치가 높은 잠재성을 가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質자가 전국시대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시대가 이미 물물교환의 단계를 지나서 화폐경제에 진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質은 그 글자의 구성에서 보듯, 화폐나 돈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돈을 벌게 해 줄 수 있는 밑바탕을 의미한다. 실재하는 현상물의 실체가 바로 밑바탕이라는 의미에서 質에는 ‘실체’라는 의미가 생겼고, 바탕은 언제나 가공되기 전의 소박함을 특징으로 하기에 다시 質朴(질박)이라는 의미까지 생겼다.
한편 質의 원래 의미가 돈을 빌리기 위해 저당 잡히는 재물이나 물건 등을 뜻했던 것처럼, 人質(인질)은 사람(人)을 볼모로 잡아(質) 어떤 대가를 요구하다는 뜻이다.
量은 갑골문에서 口(입 구)와 東으로 구성되었는데, 東은 양끝을 동여매어 놓은 자루를 그렸고 口는 네모꼴의 용기를 그려 자루 속에 담긴 내용물의 양을 용기로 재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이로부터 量은 부피를 나타내는 중요한 단위의 하나로 쓰였고, 度量衡(도량형)에서처럼 부피를 상징하는 글자가 되었다. 다시 限量(한량)에서처럼 양의 한계도 뜻하게 되었는데, 無量(무량)은 양의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糧은 量에 米(쌀 미)가 더해진 글자로, 고대 문헌의 용례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길을 떠날 때 갖고 가는 양식을 말했으나, 이후 食糧(식량)을 뜻하는 일반적인 의미로 확장되었다. 아마도 여행이나 행군 때 가져갈 양식은 여행의 일정을 고려해 거기에 알맞은 식량(米)을 용기로 재서(量) 가져가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糧에서의 量 또한 단순히 소리부의 기능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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