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體는 의미부인 骨과 소리부인 豊으로 이루어졌는데, 豊은 의미의 결정에도 관여한다. 骨은 W와 月(肉·고기 육)으로 구성되었는데, W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살점을 발라낸 뼈가 서로 연이어진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骨은 처음에는 換骨奪胎(환골탈태·뼈대를 바꾸어 끼우고 태를 달리 쓴 것처럼 모습을 완전히 바꿈)에서처럼 ‘뼈대’를 뜻했으나 이후 살이 붙은 뼈까지 지칭하게 되었고, 뼈대가 사람의 풍모를 결정하므로 風骨(풍골·풍채와 골격)에서와 같이 품격이나 기개라는 뜻을 담게 되었다.
豊은 원래 풍과 같은 데서 나온 글자다. 豊이나 풍은 갑골문에서 장식이 달린 북(Y·주)과 玉(옥)으로 구성되었는데, 북과 옥은 고대 중국에서 제사에 쓰이던 음악과 禮玉(예옥)의 상징이다.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절차와 신에 대한 경건함에서 禮度(예도)나 예절이라는 의미가 나왔는데 이는 豊으로 정착됐고, 다시 제사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示(보일 시)를 더해 禮(예도 례)로 발전했다.
한편 신에게 드리는 제사에는 풍성한 제수가 필수였기에 ‘풍성하다’는 뜻이 나왔으며 이는 풍으로 정착됐다. 그 뒤 소전체로 들면서 이들은 아랫부분의 북(Y)이 굽 높은 그릇(豆·두)으로 바뀌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됨으로써 옥(玉)처럼 진귀한 제수를 그릇(豆) 가득 담아 신에게 올린다는 의미를 그렸다.
이처럼 풍성함을 뜻하는 풍과 예도를 뜻하는 豊은 한 글자에서 나와 분화된 글자이기에 종종 같이 쓰인다. 그래서 體의 소리부인 豊은 사실 풍과 같은 뜻을 가진다. 그렇게 볼 때 體는 골격(骨)이 건장하고 풍만한(풍) 몸이라는 의미를 형상한 것과 다름없다.
그 뒤 體는 몸체가 사람의 근간이라고 해서 中體西用(중체서용·중국의 것을 근본으로 삼고 서양의 것을 활용함)과 같이 ‘근본’이라는 뜻을, 다시 固體(고체)나 新體詩(신체시)와 같이 ‘물체’나 ‘스타일’을 뜻하게 되었다.
育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여성의 몸에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을 그렸으며, 그 뒤 비녀를 꽂은 성인 여성(每·매)과 머리칼이 달린 아이의 모습을 거꾸로 놓은 모습(X·돌)으로 변해 毓이 되었다가, 다시 간단하게 育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育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라는 표현처럼 여자가 뱃속에서 아이를 키워 낳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나 실제로는 ‘뱃속에서부터 기르다 또는 키우다’가 원래의 뜻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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