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달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26>

bindol 2021. 9. 17. 05:09

明月幾時有, 把酒問靑天. 不知天上宮闕,

今夕是何年. 我欲乘風歸去, 又恐瓊樓玉宇,

高處不勝寒. 起舞弄淸影, 何似在人間./

 

轉朱閣, 低綺戶, 照無眠. 不應有恨,

何事長向別時圓. 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수조가두(水調歌頭)’ 소식(蘇軾·1037∼1101)

 

저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술잔 들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하늘 위의 궁궐은, 오늘 밤이 어느 해일까./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아름다운 옥 누각, 저리도 높아 추위 못 견딜까 두렵네./

일어나 춤을 추며 맑은 내 그림자와 노니, 인간 세상에 머무는 게 차라리 나으리(상편).

 

붉은 누각을 돌아, 비단 창가로 내려와, 불면의 나를 비추는 달빛./

원한도 없으련만, 어쩌자고 달은 이별의 시간에만 늘 저리도 둥그런지./

인간에겐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있고, 달에는 흐림과 맑음 둥j과 이지러짐이 있는 법,/

이런 일은 예부터 완전무결하진 못했지./

그저 바라건대, 우리 오래오래 살아서 천 리 멀리서도 저 고운 달을 함께 즐겼으면(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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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오욕과 갈등에 시달리다 보면 훨훨 번잡을 떨쳐버리고 
한 번쯤 월궁으로 날고픈 상상도 할 법하다. 
하지만 옥으로 빚은 궁궐이라 한들 그 높은 곳 추위를 어찌 감당하랴. 
달빛 아래 맑은 그림자와 더불어 춤출 수 있는 이 세상만 못하리라. 
동생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시인은 이별을 떠올리는 순간이면 
유난스레 둥그런 달이 야속하기도 하겠다. 

그런 원망도 잠시뿐, 느긋하고 너그러워진다. 
저 달의 변화처럼 세상사란 희비가 교차하고 이합집산이 반복되기 마련. 
부질없이 매사 온전하길 바라느니 오래도록 서로 마음 함께하길 염원할 뿐이다. 
‘추석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동생 소철(蘇轍)을 생각한다’는 서문처럼, 
소탈한 인생을 담은 노래 속에 도타운 우애가 녹아 있다. 
제목 대신 ‘수조가두’란 곡조명을 표기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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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調歌頭(수조가두)/蘇軾(소식)

 

丙辰中秋, 歡飮達旦, 大醉, 作此篇, 兼懷子由.

병진년 중추절 밤에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크게 취하여

아우 소철을 생각하며 이 사를 짓다

 

明月幾時有 명월기시유

把酒問靑天 파주문청천

不知天上宮闕 부지천상궁궐

今夕是何年 금석시하년

我欲乘風歸去 아욕승풍귀거

又恐瓊樓玉宇 우공경루옥우

高處不勝寒 고처불승한

起舞弄淸影 기무농청영

何似在人間 하사재인간

轉朱閣 전주각

低綺戶 저기호

照無眠 조무면

不應有恨 불응유한

何事長向別時圓 하사장향별시원

人有悲歡離合 인유비환이합

月有陰晴圓缺 월유음청원결

此事古難全 차사고난전

但願人長久 단원인장구

千里共嬋娟 천리공선연

 

밝은 달 어느 때나 나오려는지

술잔 들고 하늘에게 물어보았네

  없네 하늘에 있는 월궁에서는

오늘밤이     며칠이나 되는지

나는 바람 타고서 돌아가고 싶은데

달빛  궁궐이 무섭기만 하구나

높은 곳은 추위를 이길  없고

그림자와 짝이 되어 춤춘다 해도

어떻게 인간세상 같을 수가 있을까

달빛은 화려한 누각을 돌아

낮은 곳 창문까지 찾아와서는

밝은  비쳐주니 잠들 수 없네

달에게 무슨 원망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헤어질 때 달이 저리 둥글까

사람에게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달에게는 흐림과 개임, 차오름과 이지러짐 있듯이

이런 일들 옛날부터 완전하기 어려웠네

 가지 바라는 건 우리 모두 오래오래

떨어져있어도  고운  함께   있기를

 

▶ 水調歌(수조가): 사패詞牌의 이름이다. 원회곡元會曲, 개가凱歌, 태성유台城游, 강남호江南好 등의 다른 이름도 있다. 전후 두 곡 95자로 이뤄진다. 전하는 바로는 수양제가 황하黃河와 회하淮河를 연결한 운하 변하汴河를 개통할 때 「수조가水調歌」를 지었는데 당조唐朝 때 대곡大曲으로 연주되었다. 대곡에는 산서散序와 중서中序, 입파入破 세 부분이 있는데, 가두歌頭는 중서의 제1장에 해당한다. 전후 쌍조는 94~97자로 이루어지며 전후편 각 네 개의 평운平韵을 쓴다. 송대 宋代 들어서는 전후 편 중 각 두 개의 6자구를 비롯하여 측운仄韵을 사용하는 등 모두 여덟 가지 이체異體가 나타났다.

▶ 達旦(달단): 다음날 새벽이 될 때까지. 《한서漢書·유향전劉向傳》에서’ ‘夜觀星宿, 或不寐達旦(밤이면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 어떤 날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기도 했다)’이라고 하였다.

▶ 子由(자유): 소식의 아우 소철蘇轍의 자字

▶ 把(): 들다. 쳐들다.

▶ 闕(): 황궁 앞 길 양쪽에 있는 누대를 가리키는데, 황궁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길에는 통상 양궐兩闕이 있었으므로 궁전宮殿을 궁궐宮闕이라고도 부른다.

▶ 長(): . 줄곧. 언제나.

▶ 古難全(고난전): 옛날부터 완벽하게 아름답기란 매우 어려웠다.

▶ 嬋娟(선연): 아름다운 모양. 보기 좋은 모양. 여기서는 달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