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강은 인간 문명의 시원이자 재앙의 원천이다. 세계의 고대문명이 모두 강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강은 인간에게 먹고 씻을 수 있는 물과 주변의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는 거의 매년 발생하는 홍수의 결과이기도 하다. 홍수는 생활의 터전을 죄다 앗아가는 대재앙인 동시에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생명의 원천이기도 했다.
川은 갑골문에서 양쪽의 강 언덕 사이로 흐르는 물(水·수)을 그려 ‘강’을 형상화 했다. 川은 원래의 ‘강’이라는 기본 개념 이외에도, 강 주위로 넓게 펼쳐진 ‘평야’를 뜻하며, 강은 문화권을 경계 짓는 지리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와의 교류와 교통이 ‘강’을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소통’의 의미까지 가진다.
천(災·재앙 재)는 갑골문에서 강물이 넘치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가뭄이나 화재를 뜻하는 火(불 화)가 더해져 지금의 災가 되었다. 단위 면적 당 최고의 토사량과 대단히 완만한 경사 때문에 홍수가 잦았던 황허 강 주위의 고대 중국인들에게 홍수는 최대의 재앙이었다.
완만한 경사를 갖고 천천히 흐르는 물길은 뱀처럼 구부러지고, 그곳에는 모래톱이 만들어진다. 州(고을 주)는 굽이쳐 흐르는 강(川) 사이로 형성된 모래톱을 그렸다. 이전에는 큰 강을 경계로 행정구획이 획정되었기에 九州(구주)에서처럼 州가 행정단위로 쓰였고, 그러자 원래의 뜻은 다시 水를 더한 洲(섬 주)로 나타냈다.
동시에 ‘물길’은 고대인들의 이동 통로이자 소통의 상징이다. 巡(돌 순)은 시찰이나 경계를 위해 강의 물길(川)을 따라 가는(착·착) 것을 말하며, 訓(가르칠 훈)은 말(言·언)을 강물처럼 잘 소통될 수 있도록 풀이하는 것을, 그것이 가르침의 본질임을 웅변해 준다.
그러나 巢(집 소)는 원래 ‘나무 위의 둥지’를 그려 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글자였다. 하지만 소전체로 들면서 아랫부분은 나무(木·목)를, 중간은 둥지를, 윗부분은 둥지 위로 머리를 내민 새 세 마리를 그려 둥지를 더욱 형상적으로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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