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카뮈가 가을을 제2의 봄이라고 일컬은 까닭은…
윤희영 에디터 - 조선일보
동시통역대학원(한국어·스페인어·영어)과 뉴욕특파원 출신으로, ‘윤희영의 News English’를 통해 시사·영어·작문을 한 자리에서 ‘원 스톱’으로 섭취할 수 있는 ‘모둠상’을 차려내고 있습
www.chosun.com
입력 2021.09.30 03:00
‘가을비(autumn rain)는 빗자루(broom)로도 피한다’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under the father-in-law’s sideburns)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여름비보다 강수량(precipitation)이 적고 금방 그치는(shortly let up) 가을비 특성을 빗댄 것들이다. 금세 지나갈 걱정거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express metaphorically) 한다. 가을비가 여름비처럼 내리더니 가을이 완연해졌다(be in the air).
“And all at once(불현듯), summer collapsed into fall” -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극작가·소설가). 이 문장에서 collapse into fall은 ‘무너졌다’로도, ‘무너져내려 가을이 됐다’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와일드는 fall의 ‘무너짐’이라는 뜻 위에 ‘가을’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중의법(重義法)으로 얹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가을이 바람에게 속삭였다(whisper to the wind). ‘I fall; but always rise again’” - 앤지 웨일랜드 크로스비(미국 작가). 여기서 “I fall; but always rise again”은 “나는 쓰러진다. 그러나 늘 다시 일어난다”로 번역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I fall’은 ‘나는 쓰러진다’ 뜻 외에 ‘나 아무개는’ 하는 식의 ‘나 가을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so to speak) ‘나 가을은 늘 다시 일어난다’라는 중의적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을엔 모든 것이 자신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터뜨린다(burst with its last beauty). 마치 대단원 피날레를 위해 일 년 내내 아껴왔다는(save up all year) 듯이” - 로렌 데스테파노(미국 작가). “모든 것이 황홀한 유화(油畵)처럼 보이면(look like a magical oil painting) 그때는 이미 가을이 와있음이라” - 메흐메트 무라틸단(터키 작가). “낙엽(fallen leaves)을 죽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는 바람 부는 날 그 낙엽이 춤추는 모습을 본(watch them dancing on a windy day) 적이 없었으리라” - 쉬라 타미르(이스라엘 작가).
“또 한 번의 가을(another fall), 또 한 장 넘어간 페이지(another turned page)” - 월리스 스티그너(미국 소설가·작가). “여름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내달아 가고(dash off), 가을은 스르르 보석 장식 솔기의 가운을 입는다(slip into a gown with jeweled seams)” - 앤지 웨일랜드 크로스비.
“태양이 한 걸음 물러나고(take a step back), 나뭇잎들이 스스로 달래어 잠이 드니(lull themselves to sleep) 가을이 깨어난다(be awakened)” - 라켈 프랑코(미국 시인). “가을을 사랑했던 소년, 영원히 10월이었던(be forever October) 소녀” - 니티야 프라캐쉬(인도 작가·금융인).
“가을은 대자연(Mother Nature)이 인간들에게 ‘보라, 놓아버리는(let go) 것이 얼마나 쉽고 아름다운가’라고 일러주는 시간이다” - 토니 소렌슨(미국 작가). “인생은 가을 같다(be like an autumn). 짧으면서도 형형색색이다” - 자인 발로크(파키스탄 가수·작곡가). “가을은 모든 나뭇잎이 꽃이 되는 제2의 봄(second spring)이다” - 알베르 까뮈(프랑스 소설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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