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위기의 CIA

bindol 2021. 10. 8. 07:29

[만물상] 위기의 CIA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10.08 03:18

 

 

 

 

 

CIA가 현지 정보원이 노출돼 처형되는 등 위기를 맞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조선일보 DB

 

1949년 소련이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그 직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은 소련의 원폭 성공 시기를 1953년쯤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몇 달 뒤 미국 원폭 개발에 참여했던 클라우스 푹스 박사가 소련 간첩으로 체포됐다. 독일 출신인 푹스는 히틀러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해 핵 물리학자가 됐고 1943년 소련에 포섭됐다. 이듬해 미국으로 옮겨 핵폭탄을 만들면서 핵심 정보를 소련에 넘긴 것이다. 영국에도 미국의 핵 정보를 흘렸다. 소·영 모두의 스파이였다.

 

▶1959년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관에 편지가 왔다. 암호명 ‘다이아몬드’라는 이중 스파이가 영국 정보국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베를린의 영국 요원인 조지 블레이크가 체포됐다. 그러나 공산권 내 서방 스파이 400여 명 명단이 유출돼 영국 요원 40여 명이 희생된 뒤였다. 반면 소련군 정보총국(GRU)의 폴랴코프 장군은 1961년부터 25년 동안 CIA에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이 반신반의하던 중·소 갈등을 사실이라 확인하면서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물꼬가 터졌다. ‘스파이 전쟁’은 상대 정보기관에 자기 스파이를 심는 것이 핵심이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1982년 시베리아 가스관이 대폭발했다.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였다. CIA가 가스관 제어 프로그램을 조작해 소련에 치명적 피해를 입힌 것이다. 냉전 때 CIA는 첨단 기술과 자금력으로 소련을 압도했다. 인공위성을 첩보전에 처음 도입했고 ‘에셜론’이라는 비밀 도·감청 시스템으로 전 세계를 엿들었다. 상대 스파이 포섭에도 돈을 아까지 않았다. 정보·작전 실패도 많았지만 소련 붕괴엔 CIA의 공도 있다.

 

▶그랬던 CIA가 전 세계 지부에 ‘위험 경고’를 발령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해외 정보원 수십명이 검거·처형되는 등 정보망이 곳곳에서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러시아 등 적성국이 생체 및 안면 인식, AI(인공지능), 해킹 같은 기술을 발전시켜 CIA가 심은 정보원이 누구를 만나는지 실시간 추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이 이 분야에 앞서 있다.

 

▶손자병법에 나올 정도로 중국의 스파이 역사는 깊다. 미 영사관 통역 출신으로 CIA 요원이 된 진우다이(金無怠)는 실제는 중국 간첩이었다. 무려 40년간 암약하다 1985년에야 검거됐다. 6·25 전쟁 때부터 미국 정보를 중국에 넘겼다. 2018년엔 중국 내 CIA 공작원 명단을 중국에 넘긴 중국계 CIA 요원이 체포되기도 했다. CIA가 소련 KGB를 능가하는 적수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