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와 불편한 동거
당분간 확진자 계속 쏟아질 것…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몰라
‘방역과 일상’ 잘 유지하면서 미접종자 공백 최소화해야
이위재 기자 - 조선일보
I Can't Go On, I'll Go On (Samuel Beckett) I Can't Go On, I'll Go On (Samuel Be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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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14 03:00
11·9(11월9일)는 마치 8·15나 3·1 같은 느낌이다. 이날은 방역 당국이 정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디데이(D Day). 일정을 좀 더 당기겠다는 발언도 나왔지만 임박한 것만은 틀림 없다. 방역 제한 조치를 다 풀어버리고 대책 없이 환호했던 영국식 ‘자유의 날(Freedom Day)’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일상 회복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블루(우울), 코로나 레드(분노)를 넘어 코로나 블랙(절망)까지 다다른 이 지긋지긋한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 말대로 ‘위드 코로나’는 ‘위드아웃 코로나(Without Corona)’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다. 당분간 ‘적(코로나)과의 동침’을 감내해야 한다.
13일 정부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첫 회의를 열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논의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오른쪽) 서울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과 지난 6월(왼쪽) 필수 인력 외 직원을 상대로 유·무급 휴직 시행으로 텅 비어있던 같은 여행사 사무실의 모습. /연합뉴스
그 불편한 동침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집단면역 대전제, 접종률 (전 인구의) 80%는 ‘백신 거부자’에 미성년자 등 20%라는 미접종자 공백을 가정한 조건이다. 20%면 1000만명이다. 이 20%는 ‘위드 코로나’로 접어드는 순간, 코로나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백신도 안 맞았고, 사람들은 전보다 더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전파력이 더 센 변이 바이러스가 설치니 앞으로 이런 미접종자들은 계속 코로나에 걸리고 또 퍼뜨릴 것이다. 백신은 마법의 망토가 아니다.
방탄조끼를 입었어도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듯, 백신을 맞았어도 ‘돌파감염’으로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감염자가 늘면서 하루 1만명 확진자가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순간이 온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언젠가 대부분 국민이, 감염 후 완치되어 ‘자연 면역’을 갖건 백신 접종으로 ‘인공 면역’을 갖건, 면역력을 장착하고 난 뒤에야 어느 정도 코로나가 잠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게 3년이 걸릴지 4년이 될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1961년 창궐한 콜레라 7차 대유행은 표면적 종식까지 14년 걸렸다고 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이후 돌파감염자 300만~400만명에 미접종자 600만~700만명 추가 감염이 예상된다고 추산한다. 현재 0.78%인 국내 코로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이 독감 수준인 0.1~0.2%까지 떨어진다 해도, 산술적으로 13일 기준 누적 확진자 33만명에 사망자 2600명이니 각오해야 할 희생은 간단치 않다. 더구나 코로나에 걸리면 숨질 확률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거의 평균 100배 높은 60세 이상 인구 중 백신을 안 맞는 이들은 143만명에 이른다. 80세 이상은 치명률이 15%가 넘는다. 코로나에 걸리면 100명 중 15명이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인데, 아직 43만명이 접종을 마치지 않은 상태다. 어떻게 이 미접종자 공백을 최소화할 것인지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탈 없이 건너기 위한 숙제다.
의료계에선 독감으로 매년 평균 200여 명, 합병증까지 다 합치면 20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이상 독감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갖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를 독감처럼 여길 수 있는 사회적 정신구조를 뿌리내리는 작업 과정과 다름없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못지않게 ‘쿼라밸(Quarantine and Life Balance)’, 방역(Quarantine)과 일상(Life)의 조화를 잘 설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직장이건 학교건 적어도 뭔가 이상하면 검사받고 쉬면서 회복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문화가 핵심이다. 언제나 그렇듯 딱히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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