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3>미조이모(未兆易謀)

bindol 2021. 10. 29. 05:00

未: 아닐 미 兆: 조짐 조 易: 쉬울 이 謀: 도모할 모

 

미세한 조짐도 지나치지 말라는 말로 어떤 일이든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방미두점(防微杜漸)과 같은 의미다. “국면이 안정되면 유지하기 쉽고, 그 조짐이 없으면 도모하기가 쉽다. 물건이 무르면 부서지기 쉽고, 그것이 미미하면 흩어지기 쉽다.(其安易持也, 其未兆易謀也. 其脆易判, 其微易散 한비자 ‘유로’)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그래서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는 제방을 순시할 때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흙으로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규가 조사하면 수해가 없었고, 노인이 일을 하면 화재가 없었다. 제궤의공(堤潰蟻孔) 또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한비는 이런 예를 들었다.

 

“예전에 진(晉)나라 공자 중이(重耳)가 나라를 떠나 망명할 때 정(鄭)나라를 지나게 됐다. 이때 정나라 왕은 중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접하지 않았다. 숙첨(叔瞻)이 군주에게 간언했다. ‘중이는 현명한 공자입니다. 왕께서는 그를 후하게 예우해 덕을 쌓아둘 만합니다.’ 정나라 왕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숙첨이 또 간언했다. ‘중이를 후하게 예우하지 않으시려거든 죽여서 후환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왕은 이 또한 듣지 않았다. 결국 중이는 진나라로 돌아가게 됐고, 이후에 병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격파해 여덟 성을 차지했다.(한비자 ‘유로’)”

 

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화근의 싹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지혜로운 생존법이다. 어리석은 자는 일의 실체가 드러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세상사다. 어떤 일이든 그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 그 움직임을 파악하여 대책을 강구하면 쉽게 해결되는데도 말이다. 수세적인 대처보다는 능동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