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한 일 字: 글자 자 千: 일천 천 金: 금 금
짜임새 있는 문장 구조와 정묘(精妙)한 문사(文辭)를 비유한 말로 아주 뛰어난 글자나 시문을 일컫는다. 일자연성(一字連城)이라고도 한다. 사기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불위는 진(秦)나라 서얼 왕자로 조나라에 인질로 와 있던 자초(子楚)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태자로 삼고 자신이 데리고 있던 임신한 첩을 자초에게 주어 훗날 진시황의 생부가 된 이다. 자초가 장양왕(莊襄王)이 되자 여불위는 승상이 되었고 문신후(文信侯)에 봉해졌으며, 하남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받았다. 3년 만에 죽은 장양왕의 뒤를 이어 태자 영정(瀛政·훗날의 진시황)이 왕위에 오르자, 그의 위세는 더 막강해졌고 집은 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 당시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 조나라의 평원군, 제나라의 맹상군 등 전국 4공자처럼 그 역시 선비를 존중했기에 그의 식객은 3000명까지 불어나 있었다.
여불위의 원대한 기획은 진나라의 번영과 강성을 위한 확고한 사상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로 모아졌다. 그는 법가만을 핵심 축으로 하는 진왕의 정치 스타일을 보완하기 위해 초기의 도가와 유가 사상을 주축으로 삼고 법가, 농가, 묵가, 음양가 등 제자백가 사이의 장점을 두루 수용하여 새롭게 조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 그의 문하 식객들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그러고는 크게 ‘팔람(八覽)’, ‘육론(六論)’ ‘십이기(十二紀)’ 등 세 부로 나누고 20여만 글자라는 방대한 규모의 책을 만들어 천지, 만물, 고금의 일을 두루 다루었으며,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는 이 책을 수도 함양의 저잣거리 문 앞에 펼쳐 놓고 천하의 선비들과 빈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글자라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자에게는 천금을 주겠다(有能增省一字者, 予千金).”
당시 내로라하는 문장가들과 글줄이나 읽는다는 자들이 앞다투어 여씨춘추의 문장에 손을 대려고 했지만 한 글자도 고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4>망국지음(亡國之音) (0) | 2021.10.29 |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5>부본엽요(부本葉搖) (0) | 2021.10.29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7>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0) | 2021.10.29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8>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0) | 2021.10.29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9>일음삼백배(一飮三百杯) (0) | 2021.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