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자문’에 등장하는 손오공 캐릭터.
말과 행동이라는 ‘구슬’이 일관성이라는 ‘실’로 연결돼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모방의 힘’을 빌려 보자.
동양고전에서 모방의 귀재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서유기’의 손오공이다. 장편 신괴(神怪) 소설로 불리는 서유기는 손오공이 요괴의 방해와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결국 부처가 된다는 내용이다. 손오공은 개구쟁이인 데다 때로는 오만하지만 때로는 스승인 삼장법사에게 굴욕을 당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손오공은 무려 72가지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둔갑술(遁甲術)’을 지녔다. 이는 요괴와 싸우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둔갑이란 자신의 원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오공의 둔갑술을 현실에 대입해 해석하면, 모방을 통해 자신이 가진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방은 자신의 현 단계를 뛰어넘어 창의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역할을 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장 피아제는 ‘지연모방(deferred imitation)’이라는 색다른 개념을 제시했다. 생후 1년부터 아기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이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연모방은 아기들이 생각을 한다는 유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즉, 사고의 진화와 창의성은 이런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일관성이라는 이름으로 굳건히 지켜온 자신의 정체성에 균열을 가하기 위해선 둔갑을 해야 한다. 이는 곧 모방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입사원이 가장 빠르게 업무를 배우고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스스로 최고경영자(CEO)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현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모방하고, 둔갑하고, 다른 사람으로 변하라. 손오공이 요괴와 싸워 승리했듯 당신도 자신에게 닥친 위험과 싸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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