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06] 나쁜 천재들

bindol 2018. 9. 5. 06:14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스티브 잡스의 첫째 딸 리사 브레넌-잡스(Lisa Brennan-Jobs)가 최근 출간한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20세기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시리아 유학생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잡스는 입양되어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성인이 되어 친부모가 결혼해 여동생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여동생과 친어머니를 만나지만, 2011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리아 출신 친아버지와의 만남은 거부한다.

잡스 역시 20대 초반 여자친구와 딸아이를 낳지만 본인이 아버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DNA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아버지라는 결과가 나오자 DNA 테스트는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억만장자가 된 잡스와 복지 수당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의 딸 리사. 매번 방문할 때마다 멋진 독일제 새 차를 타고 오던 잡스에게 어린 리사가 물어본다. 엄마가 차가 없어 고생하는데, 아빠 차 하나 줄 수 없느냐고? 잡스는 대답한다. 차라리 폐차시키더라도 너희에게 줄 차는 없다고.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대중을 감동시킨 잡스. 하지만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직원을 그 자리에서 잘라버린 그는 좋은 아들도, 좋은 아버지도, 좋은 고용주도 아니었다. 아니, 스티브 잡스는 지극히도 나쁜 사람이었다.

천재 다빈치는 경쟁자 미켈란젤로를 피렌체에서 '왕따' 시켰고, 에디슨은 직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의 발명품을 빼앗았다. 찬란한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메디치 가문 대부분은 사기꾼이자 도둑놈들이었다. 천재성과 창의성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오늘날, 천재이기에 반드시 우리가 본받을 만큼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4/20180904037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