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제로 코로나’ 고집하나
입력 2021.11.15 00:22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지 2년이 돼 간다. 이제까지 지구촌 누적 감염자 수는 약 2억 5000만 명, 사망자 수는 약 530만 명에 달한다. 참담하다. 그러나 마침내 백신 보급에 힘입어 세계 각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자국 사정에 맞게 추진 중이다. 한데 처음 코로나가 폭발했던 중국은 여전히 단 한 건의 코로나 케이스도 인정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인 ‘칭링(淸零)’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14억 인구 중 단 한 명의 확진자 발생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중국은 왜 ‘칭링’을 고집하나.

지난달 말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한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자 중국 당국은 밤을 새워 3만 4000명의 관람객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지난해 5월 코로나 폭발의 진앙이었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안정화시킨 뒤부터 바로 칭링 정책 시행에 돌입했다. 중국식 방역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펑청(封城)’으로 일컬어지는 지역 폐쇄다. 어느 지역에 코로나 환자가 생기면 바로 그 지역을 폐쇄한다.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파트 단지 전체가, 공장에서 생기면 공장 전체가 문을 닫는다. 아예 도시 전체를 폐쇄하기도 한다. 다른 지역으로의 출입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다. 여기엔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는다. 또 예방적 조치로 해외 출입국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스스로 지난해 1월 중순 이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주민들. 세계 각국은 백신 접종에 힘입어 조심스러운 ‘위드 코로나’ 행보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식 방역의 두 번째 특징은 ‘펑청’에 이어 펼쳐지는 코로나 관련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대대적인 핵산 검사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고 몇 번에 걸쳐 이뤄진다. 지난 9월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자 인구 500만의 샤먼 시민들은 4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핵산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인구 900만의 난징(南京)에도 4차례 핵산 검사가 실시됐다. 대포로 모기를 잡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천 명을 잘못 짚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寧可錯差一千 不可漏過一個)’는 각오와 자세로 임한다. 중국 방역의 세 번째 특징은 밀접 접촉자에 대한 지속적인 격리 및 의학 관찰이다.

지난 7월 미얀마와 가까운 중국 원난성 루이리시에서 코로나 검사가 이뤄지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같은 중국식 방역 모델로 중국은 가장 먼저 코로나가 폭발한 국가이지만 그 확진자 수를 10만 명 이내로 또 사망자 수를 5000명 아래로 묶어둘 수 있었다. 그러나 폐쇄와 검사의 무한 반복이 2년간 계속되며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피로 누적’이라는 말은 사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생활하는 중국 인민에겐 오히려 사치스러운 말일 것이다. 미얀마와 가까운 중국 윈난(云南)성루이리(瑞麗)시 시민들이 겪는 무서운 고통이 한 예다. 루이리시 전 부시장이 지난달 말 SNS에 “조국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지게 된 루이리의 방역 상황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자택 격리 중인 루이리의 한 주민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생필품을 전달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3월 말 9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루이리는 곧바로 폐쇄에 들어갔다. 학교와 영화관, 기타 유흥시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식당은 그저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고 루이리의 주요 산업인 보석 교역도 중단됐다. 7월 4일 다시 3명의 환자가 나오자 루이리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길이 봉쇄됐고 모든 시민은 집에 격리됐다. 슈퍼와 약국, 병원 외에는 모든 장소가 폐쇄됐다. 7월 25일 해제됐는데 일주일 뒤 다시 2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도시는 다시 폐쇄에 들어갔다. 루이리 밖으로 나가려면 공무나 병, 학업, 장례 등 4가지 경우만 가능하고 이마저 거주 단지마다 하루에 단 2명의 쿼터가 주어졌다. 그동안에 코로나 검사만 60~70번을 받았다는 게 한 주민의 말이다. 7개월간 반복되는 도시 폐쇄와 해제, 또 무한 반복되는 검사로 루이리 시민은 녹초가 된 것이다.

코로나 발생 2년이 다 된 지금 세계적으로 감염자는 약 2억 5000만 명, 사망자는 5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은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 검사소 앞을 지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런데도 중국은 ‘칭링’ 정책을 고집한다. 왜?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제적 효과다. 중국은 지난해 칭링 정책을 통해 큰 재미를 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로 빈사 상태를 헤맬 때 중국은 도시 폐쇄 등 엄격한 방역으로 일부 피해가 있었지만 다른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으며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GDP는 2.3% 성장해 지구촌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다. 중국의 1인당 의료자원이 선진국보다 많이 열악하고 그나마 있는 의료자원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한데 소도시나 농촌에서 대규모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한의 코로나 상황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수감된 중국 시민기자 장잔의 체중이 40Kg 밖에 되지 않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생명이 위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측면이다. 중국에서도 ‘위드 코로나’ 목소리가 나오긴 했다. 지난 7월 말 중국의 유명 의사 장원훙(張文宏)이 운을 떼었다가 “서양의 앞잡이 개”라는 호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중에서도 전 위생부 부장 가오창(高强)의 비판이 가장 신랄했다. 가오창은 인류와 바이러스의 관계는 “네가 있으면 내가 없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有你無我 你死我活)”라며 중국은 마땅히 “바이러스를 인민전쟁의 큰 바닷속에 빠뜨려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오는 이어 서방 국가가 코로나 상황 악화를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에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정치제도 결함이 가져온 방역 실패라고 주장했다. 개인주의 가치관을 숭상한 필연적인 결과란 이야기다.

중국 우한의 코로나 발생을 처음 알렸다가 중국 공안에 끌려가 반성문을 썼던 의사 리원량. 그 자신도 코로나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이는 바로 중국이 서방보다 제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내 ‘위드 코로나’ 반대론자들은 가오창과 보조를 맞춰 ““자본주의 사회는 민중의 생명을 돌보지 않는다”며 반대로 “중국의 거국적인 동원체제는 ‘칭링’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 동계올림픽과 20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칭링’ 정책은 필요하다. 한데 눈여겨볼 건 가오창은 위생부 부장을 역임했지만, 전공은 경제학이란 점이다.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처음 터질 때 중국의 대처가 늦었던 원인으로 비(非)의료계 출신 인사의 정책 결정이 지적된다. 중국 의료계의 경고 목소리는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묻혔던 것이다. 최초로 코로나 경고 호루라기를 불었던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벌써 중국에선 잊혀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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