蒹葭(겸가:갈대) - 杜甫
摧折不自守 최절부자수
秋風吹若何 추풍취약하
暫時花戴雪 잠시화대설
幾處葉沉波 기처엽침파
體弱春苗早 체약춘묘조
叢長夜露多 총장야로다
江湖後搖落 강호후요락
亦恐歲蹉跎 역공세차타
꺾이고 부러지며 제 몸도 못 가누는데
가을바람 불어대니 어찌할거나
하얀 눈꽃 머리에 이는 것도 잠시뿐
여기저기 잎사귀가 강물에 잠기네
연약한 채 이른 봄부터 싹을 틔웠고
무성한 줄기엔 밤이슬이 그득했지
강호에선 그나마 뒤늦게 시든다지만
세월 헛되이 가버릴까 두렵기는 마찬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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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휘둘리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
갈대. 그 허약함은 애당초 예견되었으니 일찌감치 싹 트는 바람에 봄바람에 시달렸고,
여름날엔 오밀조밀 무성한 줄기 탓에 밤이슬의 무게가 버거웠다.
머리에 하얀 눈꽃을 쓰는 걸 굳이 영화라 한다면 그 잠깐의 영화나마 감지하기는 했을까.
여느 들꽃처럼 갈대꽃은 그저 혼자 피었다 혼자 지고,
금세 잎사귀는 사방팔방 강물에 잠기고 말 테니 말이다.
갈대의 일생을 곱씹으며 시인은 어떤 위로를 건네고 싶었을까.
갈대여, 뭇 초목 가운데 그래도 그대가 가장 뒤늦게 시들지 않는가.
나 또한 짧은 기간 관직에 머물다 긴 세월 강호에 나앉았지만,
더디게 흐르는 강호의 시간에 잠시 위로를 받는다네.
오랜 소외와 시련의 상처를 떠올리면서 시인은 갈대에게서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모른다.
지금 이대로 허망하게 세월 속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도 서로 공유하면서.
쉰 살이 가깝도록 시인이 잠시나마 영화를 맛본 건 아마 좌습유(左拾遺)를 지낸 이력일 것이다.
종8품 낮은 직위지만 황제에게 간언(諫言)이 가능했던 중책이었다.
아니라면 잇따른 과거 낙방, 오랜 유랑과 가족과의 이별 등 여태껏 두보에게
‘눈꽃의 영화’라 꼽을 만한 건 도무지 없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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