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猖獗<창궐>
한자세상 2/1
“충성스럽고 어질지만 요절함은 선조가 남긴 재앙 때문이고, 횡포를 부리지만 잘사는 것은 선조가 남긴 공덕 때문이다(貞良而亡 先人餘殃 猖獗而活 先人餘烈).” 한(漢)나라 유향(劉向)의 처세서 『설원(說苑)』에 보이는 한자 창궐(猖獗)의 첫 용례다. 창(猖)과 궐(獗)은 모두 제정신을 잃은 개(犬·犭)처럼 사악한 기운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날뛰는 모습을 일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보듯 중국의 역사는 끝없는 재해의 역사였다. 덩퉈(鄧拓)는 항일전쟁 시기 『중국구황사(中國救荒史)』를 펴내 “기원전 206년 한(漢) 건국부터 1936년까지 2142년 동안 각종 재해가 5150차례, 넉 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자연재해는 역병(疫病)으로 이어졌다. 채 300년을 못 간 청(淸)대에만 역병이 74차례 창궐했다.
성세를 이룬 당(唐) 289년도 역병이 횡행했다. 한유(韓愈)는 “역병이 갑자기 덮쳐 열 집에 치료된 집이 한 집도 없었다(癘疫忽潛遘 十家無一瘳)”고 노래했고, 시의 성인(詩聖) 두보(杜甫)는 “가을 석 달 앓는 학질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백일 동안 오한과 고열이 들락거렸다(虐癘三秋孰可忍 寒熱百日相交戰)”며 투병담을 적었다.
속절없는 민초는 귀신을 탓했다. 신화 속 오제(五帝)의 한 명인 전욱(顓頊)의 요절한 세 아들의 행패라는 이른바 역귀론(疫鬼論)이다. 그들은 의사와 무당 병용술로 맞섰다. 한유는 ‘학질 귀신을 꾸짖다(譴瘧鬼)’는 시에서 “의사가 백 가지 약물을 보태니 연기와 액체가 멈추질 않았다. 뜸쟁이가 뜸쑥을 놓으니 사나움이 불을 지펴 사냥하는 듯했다. 무당이 어금니에 독기를 품으니 혀 놀림이 벼락 치듯 했다. 부적술사는 붓처럼 칼을 놀리니 붉은 묵이 가로질렀다(醫師加百毒 熏灌無停機/灸師施艾炷 酷若獵火圍/詛師毒口牙 舌作霹靂飛/符師弄刀筆 丹墨交橫揮)”고 민간의 고군분투를 기록했다.
신종코로나 역시 생채기를 남긴 채 지나갈 터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그러했다. 『예기(禮記)』는 “이웃에 초상이 있으면 방아를 찧지 않으며, 마을에 빈소가 있으면 거리에서 노래 부르지 않는다(鄰有喪 舂不相 里有殯 不巷歌)”고 했다. 최악을 대비하면서도 국경을 넘는 공생의 지혜를 강구할 때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장·논설위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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