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삼각지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別鄞女<별은녀>
한자세상 7/6
지난주 사진 한 장이 세상을 울렸다. 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 강을 헤엄쳐 미국을 향하던 스물다섯 아빠와 두 살배기 딸의 주검이다. 떠내려가지 않도록 셔츠로 딸을 감싼 모습이 보는 이의 애를 태웠다.
옛 중국에 비슷한 또래의 딸을 보낸 아버지의 노래가 전한다. 송(宋)의 개혁가 형공(荆公) 왕안석(王安石·1021~1086)이 지은 ‘은녀와 헤어지다(別鄞女)’다.
“나이는 이제 서른인데 벌써 힘 빠진 노인이다/무엇을 보아도 가슴이 아파 나 자신을 책망할 뿐/오늘 밤 작은 배를 타고 너에게 작별을 고하러 왔다/죽은 너와 살아 있는 나는 이제 동과 서로 헤어진다(行年三十已衰翁, 滿眼憂傷隻自攻. 今夜扁舟來訣汝, 死生從此各西東).”
은(鄞)은 저장(浙江)성의 항구 닝보(寧波)의 옛 지명이다. “닝보 사람이 없으면 장이 서지 못한다”는 무녕불성시(無寧不成市)라는 말처럼 상인의 고향이다. 송나라 인종(仁宗) 경력(慶歷) 7년(1047) 스물일곱의 왕안석이 은현 현령(縣令)으로 부임했다. 부임 첫해 4월 큰딸이 태어났다. 사택 옆으로는 무궁화(木槿花)가 청아했다. 강남의 풍경에 매료된 형공은 딸의 이름을 근(堇), 아명을 은녀(鄞女)로 지었다.
은녀는 특별히 총명했다고 한다. 돌 전에 말을 했다. 형공이 돌아오면 성글성글한 큰 눈으로 작은 팔을 펼쳐 품에 안겼다. 딸의 미소에 피로를 잊었다. 부임 1년이 지난 어느 날 은녀가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다. 밤낮으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의원도 약도 소용이 없었다. 호흡조차 힘에 부친 은녀는 어미 품에서 숨을 멈췄다. 그 큰 눈을 다시 뜨지 못했다. 비통함에 절규하던 형공은 남쪽 교외 숭법사(崇法寺) 옆 조관산(祖關山)에 은녀를 묻었다.
3년이 흘렀다. 임기 마지막 밤 형공은 작은 배를 타고 숭법사로 향했다. 딸과 영원한 이별을 위해서다. 봉분 앞에 선 형공은 눈물로 ‘별은녀’를 읊었다.
천 년이 흘렀다. 평지로 변한 조관산은 닝보남역 앞 광장이 됐다. 은녀의 묘는 흔적조차 사라졌다. 닝보시는 동전호(東錢湖) 호숫가에 은녀정(鄞女亭)을 세웠다. “작은 배 타고 조관산과 헤어지니 천고의 한 맺히고/사각 정자에 둥근 동전호의 꿈이 만대에 전한다(扁舟一葉訣別祖關千古憾 方亭四角夢圓錢湖萬代傳).” 은녀정 기둥의 대련이다. 찰라(刹羅)를 살아도 천 년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은녀와 리오그란데 부녀의 명복을 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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