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素志 소지
간번지쟁(簡繁之爭)은 한자의 번잡한 획수를 줄인 간체자(簡體字)와 원래 획수를 그대로 살린 번체자(繁體字) 간의 한자 정통성 논쟁을 말한다.
대만·홍콩을 제외한 중국 대륙에서 1956년부터 간체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계속되는 다툼이다. 이 싸움에서 번체자 사용을 주장하는 이가 간체자 옹호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자주 활용하는 한자 하나가 있다. 사랑 애(愛)자다. 이를 간체자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가운데 마음 심(心)자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랑을 뜻하는 글자를 쓰는데 ‘마음’이 빠져 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음에 적지 않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심(心)은 심장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 이 마음 위에 선비 사(士)자가 오면 뜻 지(志)가 된다. 자칫 ‘선비의 마음’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사(士)는 발 모양이 변한 꼴이라 한다. 따라서 지(志)는 발바닥 아래에 마음이 붙은 것으로, 어디론가 가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마음은 곧잘 비장함을 띤다. 지사(志士)가 그렇고, 지절(志節)은 굳게 지켜 변함 없는 절개를 가리킨다. 또 바른 마음은 방지(方志)라 한다. 그러나 의지가 약하면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없는데 이를 박지약행(薄志弱行)으로 표현한다.
소지(素志)는 처음 품은 뜻을 말한다. 소(素)는 천을 짤 때 흰색을 내기 위해 실을 줄에 펴놓은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자형에서 ‘희다’는 뜻이 나왔고, ‘질박하다’ ‘바탕’ 등의 뜻을 갖는다. 며칠 전 일본에서 새 총리가 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의 좌우명이 ‘소지관철(素志貫徹)’이라 한다. 처음 품은 뜻을 끝까지 관철시킨다는 뜻으로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의 숙훈(塾訓)이기도 하다. 초지일관(初志一貫)과 같은 뜻이다. 의지가 강하다는 건 한 개인의 발전에 있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외교에 관한 그의 소지가 대표적 우익에 해당한다는 점이 걱정을 자아낸다. 그는 얼마 전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은 전쟁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앞으로 한·일 관계나 중·일 관계 역시 평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늘 그렇지만 천하가 태평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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