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無·六和(육무·육화)
중국은 지금 잔칫집이다. 김정일이 찾아와서가 아니다. 오는 7월 1일로 7799만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90번째 생일이 다가와서다. 아흔 살 생일은 졸수(卒壽)라 부른다. 졸(卒)을 아홉 구(九)자 밑에 열 십(十)자를 붙여 졸(卆)로 줄여 쓰기 때문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얼마 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여섯 가지 없음[六無]에 관한 기사를 실어 화제다.
첫째, 저우 총리는 사망 후 유골을 남기지 않았다. 사불유회(死不留灰)다.
둘째, 살아서 후손을 두지 않았다. 생이무후(生而無後)다.
셋째, 관직에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관이부현(官而不顯)이다.
넷째, 당을 조직했어도 사조직은 꾸리지 않았다. 당이불사(黨而不私)다.
다섯째, 고생을 해도 원망하지 않았다. 노이무원(勞而無怨)이다.
끝으로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아 정치풍파를 막았다. 사불유언(死不留言)이다. 저우 총리는 외빈과 만찬이 있으면 먼저 주방을 찾아 국수 한 그릇을 말아 먹곤 했다. 자신의 배가 고프면 손님 챙기는 데 소홀할까 우려해서다. 그의 외교가 배려의 외교로 불리는 이유다.
불교에도 육화경(六和敬)이란 여섯 가지 화합의 덕목이 전해온다. 항저우 전당강(錢塘江)가에 우뚝 서 있는 육화탑(六和塔)의 가르침이다. 첫째는 몸을 화목하게 하여 함께 머무는 신화동주(身和同住), 둘째는 말을 화목하게 하여 다투지 않는 구화무쟁(口和無諍), 셋째로는 뜻을 화목하게 하여 서로 어기지 아니하는 의화무위(意和無違)다. 넷째는 견해를 화목하게 하여 대립하지 않는 견화동해(見和同解)요, 다섯째는 규범을 화목하게 하여 행동을 일치하는 계화동준(戒和同遵)이며, 여섯째는 이익을 조화롭게 하여 균등히 분배하는 이화동균(利和同均)이다.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자비와 공경을 베풀라는 가르침이자 대립과 분열을 조화로움으로 해결하라는 계시다.
번번이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장관 청문회를 보니 육무(六無)의 지도자를 가졌던 중국이 부럽기까지 하다. 육화(六和)의 미덕은 나라 지도층부터 새겨야 한다. 여섯 육(六)은 물 흐를 류(流)와 발음이 비슷하다. 화합하고 화목하면 나랏일도 물처럼 술술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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