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두뇌 조종 무기
대니얼 크레이그의 007 은퇴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에는 특정 유전자 배열을 가진 사람들만 공격하는 초소형 로봇이 등장한다. 유전자 배열을 공유하는 인종이나 소수 민족만 말살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허황된 것 같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공개돼 있다. 침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올이면 순식간에 누군가의 유전자 배열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생명공학 기술은 ‘캡틴 아메리카’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다. 병충해에 강한 쌀이나 가뭄에 강한 밀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유전자를 조작한 이런 작물이 전 세계에서 팔려나간다. 과학자들은 힘이 센 사람이나 지구력이 강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유전자도 알고 있다. 고통을 느끼지 않거나 감정이 메마른 사람을 만드는 유전자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일한 걸림돌은 실험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생체 실험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전쟁이 목적이라면 달라진다. 1939년 나치 독일군은 병사들에게 ‘기적의 약물’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폭설과 추위 속에서 얼어 죽어가던 병사들이 기력을 회복했고, 불안과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났다. 이 약물의 명칭은 메스암페타민. 오늘날 필로폰으로 불리는 마약이었다. 나치는 이런 약물 개발을 위해 수용소의 유대인에게 생체 실험을 일삼았다.
▶몇 년 전 해외에 있는 미국 외교관들을 공격한 러시아의 극초단파 무기가 논란이 됐다. 극초단파는 주파수가 촘촘해 귀를 거치지 않고 사람의 뇌를 손상시켜 이명·환각·두통을 유발한다. 사람에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으니 러시아가 이를 전쟁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주엔 중국 군 연구소가 두뇌 조종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미국발 뉴스가 나왔다. 중국군이 사람의 뇌파로 생각을 읽고, 감정을 조종해 전쟁에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뇌파를 읽는 기술 역시 1970년대 선의의 의학적 시도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하반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다리를 조종해 일어서고 걷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총 한 번 쏘지 않고 적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노벨이 광산용으로 개발한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의 판도를 바꾼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고,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전투기가 됐다. 뇌파 연구를 무기화하느냐 아니냐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있다. 다만 중국 공산당에도 인간의 가치가 최우선인지가 문제일 것이다.
'만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만물상] 중국 여론 조작단 (0) | 2021.12.23 |
|---|---|
| [만물상] 돌파감염서 버티기 (0) | 2021.12.22 |
| [만물상] 결혼도 이혼도 안 하는 젊은이들 (0) | 2021.12.18 |
| [만물상] 김정은 10년 (0) | 2021.12.16 |
| [만물상] 임기 말 대통령 ‘외유’ 논란 (0) | 2021.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