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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수사기관장들의 ‘꾀병’

bindol 2021. 12. 25. 05:16

[만물상] 수사기관장들의 ‘꾀병’

입력 2021.12.25 03:18
 
 

영국의 내과의사 리처드 애셔가 1951년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애셔는 논문 첫 문장에 “뮌하우젠 증후군은 의사들 대부분이 목격했을 정도로 흔하다”고 썼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의 특징이 있다. “갑자기 중병에 걸렸다며 병원에 온다. 심각한 병세를 간절하게 호소한다. 누가 보더라도 바로 입원시켜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그러나 모두 꾸며낸 일이다. 의사도 ‘속았다’고 깨닫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쉽게 말해 ‘꾀병’이다.

▶꾀병의 동기는 다양하다. 한국에선 병역 기피에 꾀병이 자주 동원된다. 소변 검사를 받을 때 설탕액을 소변에 넣어 당뇨병 환자인 척하거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약을 먹어 신장병 환자가 되기도 한다. 응원용 나팔이나 자전기 경음기를 귀에 대고 큰 소리를 내 청각을 마비시킨 뒤 장애 진단서를 받아 병역 면제를 받기도 한다. 특별한 증세가 없는데도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려는 것이라고 한다.

▶애셔는 꾀병의 5대 동기에 ‘범죄자가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를 넣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는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면서 검찰에 입원 증명서를 냈다. 이 증명서는 뇌 질환과 무관한 정형외과에서 발급됐고 의사나 병원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씨는 거리를 활보하더니 구속 영장 청구를 앞두고 디스크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수사기관 최고 책임자들도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병원 치료를 핑계 대는 ‘꼼수’를 쓰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정치인 사찰 문제를 항의하러 찾아온 야당 의원들을 3시간 넘게 피해다녔다. “이비인후과 치료 후 몸이 좋지 않아 정형외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법조 출입 기자들이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 탈법 감찰과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 해명을 들으러 온다고 하자 “치과에 가서 이를 뽑아야 한다”며 휴가 일정을 앞당겨 떠났다. “다음에는 또 무슨 과 치료를 받겠다고 할지 궁금하다”는 말이 나온다.

▶‘꾀병 감별법’도 있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기간 입원하는 ‘나이롱환자’를 가려내는 기법이다. 아무 효과 없는 약을 진통제인 것처럼 먹였는데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하면 꾀병으로 보는 식이다. 자신의 잘못을 추궁당하는 자리를 피하려고 칭병(稱病)하는 공직자들에게도 꾀병 감별법을 적용해보면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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