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31) 훈민가(訓民歌)

bindol 2022. 1. 27. 16:11

(31) 훈민가(訓民歌)

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훈민가(訓民歌)

정철(1536~1593)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
뉘 손에 태어났기 모양조차 같은가
한 젖먹고 길러났으니 딴 마음을 먹지 마라

- 송강가사

 

시로 쓴 포고문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에 제수되었다. 지방관으로 부임하면 자신의 시정 방침을 포고문이나 유시문으로 알리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다. 그런데 이 시인 관찰사는 훈민가 16수를 지어 널리 부르게 했다. 훈민가에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임금에 대한 충성, 부부애와 노인에 대한 공경, 우정과 농사일의 즐거움 등을 담고 있다. 소개한 작품은 형제간의 우애를 당부하는 시조다. 그런데 이 시조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종장 첫 구는 석 자가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넉 자로 되어 있다. 이는 고시조에도 매우 드문 예에 속한다. 훈민가에는 두 수가 이렇게 되어 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하늘 같은 가없은 은덕을 어떻게 다 갚사오리’도 파격이다. 이는 가사의 대가 송강이 가사 풍으로 시조를 지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589년, 정여립 옥사가 발생하자 선조는 정철을 우의정으로 제수하고 위관(委官)으로 삼았다. 서인이었던 정철은 잔혹한 신문으로 무려 천여 명의 동인계 인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는 선조가 미워하는 신하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철을 이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말한대로 ‘조정이 텅 빈 상태’에서 1592년 임진왜란을 맞으니 왕을 지킬 자가 없었다.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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