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74) 6월 뻐꾸기

bindol 2022. 1. 28. 15:41

(74) 6월 뻐꾸기

중앙일보

입력 2021.06.03 00:16

 

유자효 시인

6월 뻐꾸기

이처기 (1937∼)
버려진 철모가 휴전선 미루나무 아래서
쓰르럭 쓰르럭 녹이 슬고 있는
되뱉지 않으려 해도
끽끽거리는

6월 한낮

- 시조시학(2020 겨울)

 

전쟁의 비극은 당사자들의 몫이 된다

다시 6월. 자다가도 문득 가위눌려 깨는 달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우리는 이 고통, 이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다 해서 그 한(恨)들을 잊을 수 있을 것인가?

뜨거운 한낮, 휴전선 미루나무 아래 버려진 철모가 쓰르럭 쓰르럭 녹이 슬고 있다. 이 계절 뻐꾸기는 끽끽거리며 운다. 뻐꾸기야 제 울음을 울겠지만 아직도 진행형인 고통 속의 듣는 이는 되뱉어지지 않는 아픔의 소리로 들린다. 이런 소리를 이처기 시인은 시조 DMZ에서 “부처도 구제하지 못한 독경 우는 소리”라고 묘사했다.

동족상잔의 생지옥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미얀마의 참극, 시리아의 비극, 아프가니스탄의 고통을 안다. 71년 전 한국에는 미국을 위시한 유엔 회원국들의 신속한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내전들이 강대국들의 복잡한 힘의 균형과 맞물려 있다. 결국 비극은 오롯이 당사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 6월에 되새겨야 할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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