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車 무덤’에 재도전하는 현대차
간양록은 조선 유학자 강항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 겪은 고난의 체험기다. 그런데 당시 수도였던 교토에 대한 서술엔 경탄이 배어 있다. 왜인의 성질이 신기한 것을 좋아해 통상을 훌륭한 일로 여긴다는 것, 온갖 기술에 반드시 천하제일을 창조하고 그런 물건은 금은으로 후한 값을 주는 풍속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일본 시장이 조선이 아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천하제일’ 집착은 근대 이후 더 강해졌다. 방직, 철강, 조선, 철도, 기계, 광학을 비롯해 전투기, 항공모함 등 무기 산업에서도 세계 최고를 만들었다. 전후에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때는 스포츠 용품까지 석권했다. 무엇이든 천하제일에 도달해야 직성이 풀리는 국민성이다. 세상이 ‘아날로그’에 머물렀다면 기술에서 일본을 상대할 나라는 독일 정도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중에도 일본인의 장점이 가장 응축된 제품이 자동차라고 한다. 장기 불황 이후 일본 산업이 대부분 부진했지만 자동차만큼은 지금도 정상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 마쓰다 등 7개 글로벌 브랜드가 자국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일본 국내 수요는 장기 불황과 고령화로 30년 전의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노인의 자동차 이탈은 ‘졸차(卒車)’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젊은이의 이탈은 20년이 넘었다. 사정이 이러니 일본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으로 통한다. 세계 자동차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현대자동차가 어제 이런 일본 시장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를 온라인 방식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현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진출하는 것은 일본 자동차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고 까다로운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BTS가 미국을 향하듯 자동차는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세계 최고다. 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
▶현대차의 일본 진출은 ‘재수(再修)’에 해당한다. 2001년부터 9년 동안 1만5000대만 팔고 철수했다고 한다. ‘욘사마’ 배용준도 모델로 내세웠지만 반응이 차가웠다. 한류를 좋아한다고 한국 차를 사줄 소비자는 없었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 보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판매에서 혼다를 능가할 만큼 기술력이 발전했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엔진차든 ‘천하제일’이란 원점을 집요하게 추구하면 ‘자동차의 무덤’ 일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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