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정치인, 믿을 수 있나?

2월11일 밤 8시부터 11시 10분까지 열린 여야 4당 대통령 후보초청 2차 TV 토론이 있었다. 여러 국정현안에 대한 소신을 주고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내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후보가족 사생활 문제를 이슈로 만들 생각이 없는데, 배우자 의전은 이 후보의 자격 문제”라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였다. “시장이나 도지사는 배우자의 사적 용무 지원이나 의전 담당 직원을 둘 수 없다”는 규정을 상기시키며 “배모 사무관은 인사권자가 이 후보이고, 그래서 이 사안은 배우자 리스크가 아닌 이 후보 본인 리스크”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후보는 “어쨌든 워낙 가까운 사적 관계였던 사람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다 보니 그 사람이 주로 공무 관련된 일을 도와줬고 경계를 넘어 사적관계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변명 여지없이 제 불찰이고 엄격하게 관리 못 한 것이니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자택을 수시로 오가면서 배우자 비서 역할을 했다”며 “성남시장부터 11년간 배우자에게 비서실을 만들어 준 거랑 다름없다”고 다그쳤다. 심 후보는 “이 후보가 2017년 대선에 도전한 뒤 준비하는 기간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진 질문을 통하여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도 아무 전문성이 없는 유동규씨에게 맡겼다”며 “국민이 부여한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경기도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월급 주고 고용한 머슴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 노릇 하면 안 된다.”라는 사이다 발언으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과는 달리 아내 김혜경 씨는 경기도가 월급 주고 고용한 7급 공무원 A 씨에게 식품구입과 배달, 옷장 정리, 의약품 처방까지 대신하게 했다. 마치 김혜경 씨가 7급 공무원 A씨를 가사 도우미처럼 대했다.
이 후보가 저술한 대담집 <이제는 이재명이다> 라는 108쪽을 보면 “나랏돈 100만 원 공백을 메우려면 수익이 1000만 원 나야 하고, 그 수익을 만들려면 1억 원짜리 국가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 뿐만 아니다. “돈에 대해서는 제가 철저하다”라든가 “정치인의 돈 문제는 그냥 못 넘어간다. 용납을 못 한다”는 말도 있다.
이 후보는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면서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그렇다면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공직자에게 했던 반칙과 특권에 대해서도 좀 더 진솔하고 구체적이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과와 해명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공직자 부인으로서 공분 망각이요, 지사로서 집안 관리의 부실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14년 9월 23일 ‘공금 횡령을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런 사람 부인의 비리이기에 국민들의 충격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배울 만큼 배웠고 가질 만큼 가졌는데 공금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국민적 공분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시장실 벽에 자랑스럽게 붙여뒀던 글씨가 청렴천국 부패지옥(淸廉天國 腐敗地獄)이다. 그런데 당신들이 남몰래 한 일은 과연 무엇입니까? 정말 부끄럽고 위선적이다.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에는 끽휴시복(喫虧是福) 즉 밑지는 것이 복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조선 시대 정승 조현명(趙顯命 1690~1752)의 아내가 세상을 떴다. 영문(營門)과 외방에서 부의(賻儀)가 답지했다. 장례가 끝난 후 집사가 조현명 정승에게 물었다. “부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돈으로 바꿔 땅을 사 두시지 않겠는지요.”
그러자 조현명 정승이 집사에게 되물었다. “큰아이는 뭐라던가?” “맏상제께서도 그리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조현명 정승은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그날 대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여러 아들을 불러 꿇어 앉혔다. 그리고는 호되게 나무랐다. “못난 놈들! 부의로 들어온 재물로 토지를 사려 하다니, 부모의 상을 이익으로 아는 게로구나. 내가 명색이 정승인데 땅을 못 사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내가 죽으면 제사 지낼 놈도 없겠다.” 자식들을 회초리로 훈계한 후 통곡했다. 날이 밝자 부의로 들어온 재물을 궁한 일가와 가난한 벗들에게 고르게 나눠 주었다고 한다.
이 말의 교훈은 “가득 참은 덜어낼 때가 되었음의 신호요, 빈 것은 채움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상기 시키고 있다. 내게서 덜어내면 남에게 채워진다. 밖으로는 인정의 평온을 얻고, 안으로는 내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평온하고 편안하니, 복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말로 공직자나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세상은 몰래 무언가를 계획하고 꾸미는 음모가 판을 치고 있다. 이를 우리는 모략이라고 한다. 오는 3월 9일 치를 20대 대통령선거가 2차 TV 토론에서 본 바와 같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중상모략과 음모론으로 얼룩지고 있다.
물론 모략이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쓰이면 지모(智謀)가 된다. 지모는 슬기로운 꾀요, 지략(智略)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용하면 권모(權謀)요, 술수(術數)가 되고 만다. 즉 정치적인 책동이나 술책이요, 임기응변적인 책략이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가 하면 오히려 결과의 정당성에 의해서 수단이 갖는 반도덕성까지 정당화된다. 한마디로 룰(rule)에 아랑곳하지 않는 임의적인 속임수가 권모술수다. 이러한 경우가 잔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 후보의 부인 사례에서 보듯이 어둡고 비뚤어진 잔꾀부터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을 잡겠다는 정상배(政商輩)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이들을 단죄하여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옥석을 가리는 투표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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