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코로나로 2년 보낸 2년제 대학

bindol 2022. 2. 25. 04:43

[만물상] 코로나로 2년 보낸 2년제 대학

입력 2022.02.25 03:18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2020년 대학 신입생을 ‘코로나 학번’이라고 한다. 그해 2년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달에 졸업했다. 그들은 대학 생활을 ‘잃어버린 2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위주가 되면서 학교에 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았다.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했고 졸업식도 메타버스에서 했다. 졸업식 단체 사진도 찍기 힘들어 개인 사진을 합성해 졸업 앨범을 편집하기도 한다. 수도권 2년제 졸업생은 “학교 내 건물 위치도 제대로 모르는 채 졸업을 맞았다”고 했다.

▶2년제 대학 코로나 학번은 대학이 뭔지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 입학 동기를 만나도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전체가 아니라 눈매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신입생 환영회, MT, 축제,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선후배 사귀기도 쉽지 않았다. 이성 교제도 힘들었다. 지방 2년제 졸업생은 “1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학과가 여자 고등학교처럼 돼 버렸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에 실망한 남학생들이 군 입대를 위해 서둘러 휴학하면서 여학생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2년제 대학에는 자동차학과, 미용학과, 조리학과처럼 실습 비중이 높은 학과가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실습이 크게 줄었다. 자동차학과 졸업생은 “실습 세 번 중 한 번만 대면 강의였고 나머지 두 번은 온라인 강의였다”며 “부품과 장비를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했다. 치위생과 졸업생은 “병원에서 환자 상대 실습은커녕 학생들끼리 실습 대상이 돼주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2년제 졸업생 취업도 전보다 힘들어졌다고 한다. 취업을 해도 걱정이다. 2년제 졸업생은 “인턴으로 취업했는데 코로나 이전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한 선배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코로나 학번은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코로나 학번은 교수나 선후배와 어울릴 기회가 크게 줄어 인적 유대감이 약해지면서 ‘나만 외톨이’ ‘미래가 안 보인다’는 불안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년제 대학은 오랜 현장 경험이 있는 실무 출신 교수가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수해 기업들에 인기가 있었다. 4년제를 졸업하고 2년제에 다시 입학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덮쳤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와 함께 입학한 학생들이 등교도 제대로 못 해보고 오미크론 폭증 사태 속에 졸업했다. 기막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