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지 2년 3개월... 1심도 안 끝난 ‘조국 재판’ [데스크에서]

“조국 재판이 아직 1심도 안 끝났어요?”
서초동 상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자녀 입시 비리 및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기소된 지 2년 3개월 지난 조 전 장관 사건은 1심 결론조차 나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은 배당 단계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1월 아들 입시 비리 및 딸 장학금 부정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아내 정 교수가 형사 25부에서 재판 중이었다. 가족 사건이고 증거도 겹치는 만큼 검찰은 두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 배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조국 사건’은 형사 21부에 배당됐고, 이후 병합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부부의 사건은 두 개 재판부에서 따로 진행됐다.

조 전 장관 아들 입시비리 사건을 배당받은 형사 21부는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기소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도 맡고 있었다. 이 재판부가 ‘유재수 감찰 무마’를 먼저 심리하겠다고 하면서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재판은 그해 12월이 다 돼서야 시작됐다.
본격 재판이 시작될 무렵인 2021년 4월,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가 돌연 질병 휴직을 하면서 새 재판부가 꾸려졌다. 이후에는 ‘증거 배제’ 결정이 장애물로 등장했다. 재판부는 작년 말 “임의제출물의 경우에도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동양대 PC 등을 증거에서 뺐다. 동양대 조교로부터 PC를 제출받은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전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역시 동양대 PC가 증거로 제출된 정씨 사건에서 징역 4년을 확정하며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증거 배제 신청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검찰은 “증거 배제뿐 아니라 증인 신문, 압수물 환부 결정 등 곳곳에서 불공정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기피 신청이 기각되자 검찰은 항고했고,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던 ‘조국 사건’이 재판 단계에서도 유례 없는 진통과 혼란을 겪고 있다. 매끄럽게 진행되더라도 어느 한쪽은 결과에 반발할 사건에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까지 더해지고 있다. 부부 사건이 처음부터 병합됐다면, ‘특정 성향’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재판부에 배치되지 않았다면, 재판부가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 ‘좋은 재판’을 모토로 내세웠다. 갈등의 조정과 해결이 목적인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 ‘재판의 독립성’을 이유로 이런 상황을 방치 내지 용인하는 게 최선의 선택인지 묻고 싶다.
'칼럼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0) | 2022.03.07 |
---|---|
[에릭 존의 窓] 북한과의 협상서 배운 교훈 (0) | 2022.03.04 |
[일사일언] 일기에 남은 전쟁 이야기 (0) | 2022.03.03 |
시진핑의 중국경제 새 판 짜기 (0) | 2022.02.28 |
[朝鮮칼럼 The Column] 자칭 ‘경제 대통령’의 공약, 산수가 안 맞는다 (0) | 2022.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