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39] 남원 예향론(藝鄕論)
화가 김병종(69)은 별호가 쌍권총이다. 왜 쌍권총이냐, 그림 그리는 화가이면서 글도 잘 쓰기 때문이다. 필야녹재기중(筆也祿在其中) 팔자다. ‘강호 동양학’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가 그의 그림을 놓고 가타부타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가 쓴 글은 나의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다. 그가 예전에 쓴 책 ‘화첩기행’도 그렇고, 이번에 낸 ‘시화기행’을 읽다 보니까 대목 대목 통찰이 담긴 섬광이 번쩍거린다. 섬광이 없는 글은 글이 아니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인생의 덧없음을 수시로 느끼는 자가 품어내는 페이소스가 묻어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다가 쌍권총을 차게 되었는가?” “내 고향 남원이 색향(色鄕)이다. 색은 풍요와 풍류를 가리킨다. 춘향전, 흥부전이 그 색에서 나왔다고 본다. 남원 바로 밑의 곡성에서는 심청전이 나오지 않았는가. 판소리도 식후사(食後事)다. 내가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는 원동력은 남원에 배어 있는 컬러풀한 토양에서 배태되었다”.
미국의 재즈 음악이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되어 시카고에 가서 틀을 잡았고, 뉴욕에서 만개하였다. 판소리의 뉴올리언스가 남원이고 시카고는 전주인 셈이다. 대원군의 운현궁은 뉴욕이었다. “판소리 동편제의 메카가 남원이다. 그 이유는?” “남원은 지리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명창이 소리를 한번 토(吐)해 놓으면 ‘3년을 흩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폭포 밑의 공간이 항아리처럼 되어 있어서 소리를 연습하기 딱 좋은 지형이 많다. 그래서 명창들이 남원으로 모여들었다”.
어렸을 때 김병종 집 근처에는 명창 안숙선 누님이 살았다. 김병종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리를 배워 보려고 도통동에 있었던 동편제의 강도근 명창 집을 찾아갔다. “너는 안 되겠다. 눈이 커서 안 되겠어.” 강도근은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옷을 깔끔한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파란 보리밭을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중절모에 겨자색 명주 머플러를 휘날리는 장면이었다.
“어디 가세요?” “나 굿(소리)하러 가네.” 회갑 잔치나 집안 잔치를 할 때 소리꾼들을 불렀던 것이다. 김병종은 판소리가 토해 낸 예술혼의 연장선상에서 BTS를 바라다본다. BTS 창업자 방시혁의 뿌리가 남원 주생면이다. 방시혁의 아버지 방극윤(83)은 DJ 정권 때 차관급을 지냈고, 남원 주생면 태생으로 여기에서 수백 년간 세거하던 방씨다. 넷마블의 방준혁도 주생면 방씨 집안으로 알고 있다. 남원은 뿌리 깊은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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