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코로나로 자발적 유배 1개월째다. 다산 정약용의 ‘원목’과 ‘원정’을 읽었다. 원목은 ‘목(牧)이란 무엇인가?’를 캐묻는 글이다.
“목민자(牧民者)가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자를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쌀을 생산하여 목민자를 섬기고, 고혈을 짜내어 목민자를 살찌우고 있으니 백성이 목민자를 위하여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목민자가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
목민자인 이정, 당정, 주장(州長), 제후, 왕은 모두 추대된 자들이다. 그런데 후세에 어떤 이가 스스로 왕이 된 다음 친인척과 가신을 제후로 봉하고, 제후들은 측근을 주장으로 세우고, 주장은 측근을 당정·이정으로 임명했다. 왕이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니, 왕은 높고 백성은 낮으며, 백성은 목민자를 위해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 수령들은 거만하게 위세를 부려 자신이 목민자임을 잊어버리고 있다. 한 사람이 다투다가 해결해 주라고 수령에게 가면 불쾌한 표정으로 ‘왜 그리 귀찮게 구느냐?’ 하고, 곡식을 바쳐서 섬기지 않으면 매질하여 피를 보며, 돈을 거두어들여 논밭을 장만하고, 권문세가에게 뇌물을 써서 후일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하여 ‘백성이 목민자를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란 말이 나오게 되었지만, 그것이 어디 이치에 맞기나 한가? 목민자는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공직자는 어떤가? 국민을 위하여 있는가?
다음은 원정(原政)이다. 정치의 근원을 파헤친다.
“정(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백성인데 누구는 가장 질 좋은 토지를 소유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질 나쁜 토지를 받아 가난하게 사는가. 따라서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중략)
똑같은 백성인데 누구는 멍청하여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악(惡)을 전파하고 있고, 누구는 어질면서도 아랫자리에 있어 그 덕(德)이 빛을 못 보는가. 따라서 붕당을 없애고 도덕을 장려하여 어진 이를 기용하고 불초한 자를 몰아내어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왕정(王政)이란, 밭도랑을 준설하고 수리(水利) 시설을 함으로써 장마와 가뭄에 대비하고, 소나무·감나무 등을 심어서 궁실(宮室)도 짓고 곡식 대신 먹기도 하고, 소·닭·돼지 등을 길러 군대와 농민을 먹이기도 한다. 산림 담당자는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해독을 멀리하기도 하고 고기와 가죽을 제공하고, 공인(工人)도 금·은·철 등을 캐다가 재원을 확보하기도 하고, 의사는 병리를 연구하고 약성(藥性)을 감별하여 전염병과 요절을 미연에 방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하기 마련이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면 조세 거두는 것이 번거롭고, 조세 거둠이 번거로우면 민심이 흩어지고, 민심이 떠나면 천명(天命)도 가버린다. 그러므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정(政)이다.”
다산은 요순시대의 정치, 즉 왕도정치를 모범으로 삼았다. 그런데 백성이 곤궁하면 민심이 떠나고, 민심이 떠나면 천명(天命)도 가버린다.
맹자는 ‘군주답지 않은 군주는 몰아낼 수 있다’고 설파했다. 혁명론(革命論)인데 그 기저(基底)엔 백성이 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하찮다. 그러므로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된다.”
-『맹자』 ‘진심 하’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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