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불순한 검수완박...다음은 판사 재판권 빼앗을 건가
입력 2022.04.11 00:01
업데이트 2022.04.12 23:57
그래픽=전유진 기자
대선 패배로 다음 달이면 정권을 내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 70여 년을 지켜온 사법 체계 근간을 자기들끼리 한 달 안에 바꾸겠다는 시도가 놀랍다.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에 취해 민심을 거스르면서 집 가진 이와 없는 이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든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이던 전력을 생각하면 그 무모함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대다수 국민은 바늘허리에라도 실을 매어 일단 찌르고 보겠다는 민주당식 검찰개혁에 큰 관심이 없다. 일반 국민 삶과 별 상관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정권 말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건 지난 과오를 덮어 어떻게든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려는 불순한 동기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권력 남용 수사 두려운 민주당
실제로 정권을 가진 5년 동안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을 남용하고 사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가 적지 않다. 오만하게 집권 20년을 부르짖다 실정으로 고작 5년 만에 정권을 잃자, 지은 죄가 드러나 처벌받을까 두려워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얘기다. 정권의 가림막 뒤에 숨어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를 유도하여 보신(保身)을 꾀하던 자들이 사법 시스템의 정상 작동으로 치부가 드러날 위험에 처하자 검찰개혁이란 미명으로 검수완박을 주장한다. 솔직해지자.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계속 말 잘 듣는 검찰총장을 둘 수 있었다면 검수완박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상상이나 했겠나.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정권과 각을 세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일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권이 한 검사장이 수사에 나설 것이 두려워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1]
절차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순수한 의도로 검수완박을 하려는 거라 치자. 이런 중대한 사안을 여·야간 충분한 논의는 물론이요 법학계의 학술적 검토도 거치지 않고 허겁지겁 초단시간 안에 해치우겠다는 게 말이 되나. 그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시늉조차 없다. 심지어 무늬만 무소속인 국회의원을 이용하여 사·보임(국회 상임위 사임과 보임) 편법까지 사용하니 도저히 선한 의도로 보기 어렵다.
헌법엔 검사를 수사 주체로 명시
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 헌법 제12조 제3항 및 제16조는 수사기관이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할 때 영장 청구를 검사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 주체가 검사라는 걸 명시한 것인데, 이는 국민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피하고 법률과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를 하자는 취지다. 좀 더 설명하자면 독일 등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에서 검사는 스스로 수사하거나 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면서 모든 과정이 법률에 적합하게 이뤄지도록 주재하는 주재자(主宰者)다. 수사에 관여해 법 원리가 잘 지켜지도록 하고 이렇게 합법적으로 이뤄진 수사 결과물이 공판정에서 생명력을 유지해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이뤄지도록 한다.
비단 헌법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사에 대한 최종 판단권은 법률전문가인 사법관(검사)이 가져야 한다. 수사란 단순히 사건 정보를 채집해 범인을 잡는 것만이 아니다. 기소와 공판을 전제로 이뤄지기에 수사 자체가 법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수사를 단지 정보채집이라고만 여겨서 이에 맞는 인력 등을 갖춘 경찰만 수사권을 가지면 된다고 주장하는 건 수사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접근이다. 범죄는 형법 등에 규정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해야 성립하는데, 이런 해석은 고도의 법학 전문교육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경찰을 폄훼하는 게 아니다. 경찰도 기본적 법률 지식은 있지만, 법적 분석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외면하고 비(非)법률가에게 수사의 최종 판단을 맡기면 국민을 납득시키기도 어렵다.
검찰개혁 아닌 경찰국가 지름길
실제로 수사경찰관들이 범죄구성요건을 제대로 포착해 핵심을 파고드는 실력이 떨어지다 보니 마구잡이식으로 관련자를 불러들여 무작위로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수사기록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오죽하면 수사기록에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이 섞여 있어 판결문 쓸 때 마치 사금 캐는 심정이라고 말하는 판사도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과로를 호소하고, 수사를 빌미로 불필요하게 소환되는 시민의 숫자는 늘어나며, 법원 업무량도 증가한다. 이러니 대체 누구를 위해 사법 시스템을 뒤엎으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미국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있다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나누겠다고 한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영미법계에서의 검사 지위와 혼동하면 안 된다. 미국에선 수사권·기소권은 분리돼 있지만, 기소 여부를 경찰이 확보한 모든 증거를 제공받는 시민이 결정하는 대배심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한다. 이런 대륙법·영미법계 차이를 무시하고 입맛에 맞게 고치려들면 아무 통제 없는 경찰국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어느 정도 목격한 바다. 민주당 주도로 검·경수사권을 조정한 결과 현재 검사의 직무 범위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이른바 6대 범죄에 한정된다. 검찰은 이미 수사권 상당 부분을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투기 사건이 터지자 노련한 검사들 손발이 묶였고, 이런 사건을 다뤄본 적 없는 경찰은 전혀 수습하지 못했다.
나는 고발한다. J’Accuse…! 다른 기사
현실이 이런데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앞세워 검사의 보조기관인 경찰을 검찰과 똑같은 수사기관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명분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뺏으려 한다. 수사 주체인 검사의 수사권을 뺏는 법률을 만드는 국회라면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에게서 재판권을 뺏겠다고 덤벼들지도 모른다. 이미 경험한 그 무모함을 생각하면 국회의 입법권을 거둬야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8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김오수 검찰총장. 여당이 수사권을 빼앗으려고 해도 검찰 수장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뒤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앙포토]
검수완박이 낳을 부작용도 매우 큰 문제다. 가장 큰 게 수사 공백이다. 국회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다고 자동으로 경찰로 넘어가는 게 아니다. 수사 주체 공백으로 사건이 사라져버릴 위험이 크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찰 출신의 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이미 지적한 바다. 그가 현재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검수완박 목적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사 무력화 위한 검수완박, 사법체계만 망쳐
검수완박을 통해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거라 말하고 싶다. 경찰도 있고, 민주당 스스로 만든 공수처도 있다. 이에 더해 수시로 특검법을 만들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상설특검을 가동할 수 있는 나라다. 일례로 대선 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수사에 가장 먼저 나선 건 경찰이었다. 한마디로 검수완박은 단말마의 저항으로 사법 시스템을 망치는 것 외에 얻는 실익이 하나도 없다.
민주당은 지금 검찰 존재를 부정하면서 검찰개혁이라고 포장한다. 이러니 친정부 검사들마저 침묵하지 않고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검찰을 향해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려 국회를 겁박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치 의식 수준을 보니 아직도 이 나라에서 법의 지배는 요원한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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