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신문사에 입사한 1990년대 중반, 주 6일 근무제였다. 일요일에 신문이 휴간이라 토요일에 쉬었다. 출입처나 담당 분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토요일에도 취재를 나갔다. 인터넷 속보가 없던 시절이라 그날 당장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대신 월요일 자 신문에 쓰기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주 7일 근무가 잦았다. 그렇게 3, 4주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36일인가 37일이 최장 연속근무 개인 기록이다. 2004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됐다. 원칙적으로는 주말 이틀을 쉬어야 하는데, 신문이 주 6일 발행되다 보니 개인의 삶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늘어난 휴일만큼 휴일근무수당이 늘었고, 그게 쏠쏠했다. 아내에게 손 벌리거나 돌려막기를 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내는데 아쉽지 않을 정도였다. 2018년 근로기준법이 또 한 번 개정됐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됐다. 이번엔 개인의 삶이 확 바뀌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현지 출장을 준비하는데, 취재 못지않게 신경 써야 했던 게 휴일 처리 문제였다. 대회는 휴일이라고 쉬지 않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켜야 했다. 결국 토요일에는 대회 현장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쉬었다. 일요일 근무는 귀국 후 대체휴일을 썼다. 사라진 휴일근무수당만큼 통장 잔액이 줄었다. 늘어난 시간과 얇아진 지갑. 돈은 적게 쓰면서, 시간을 잘 보낼 방법이 없을까.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난 7월 1일, 또 하나의 정책을 함께 시행했다.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다. 신용카드 등으로 책을 사고 공연을 관람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30%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당장 내년 1월 연말정산부터 적용한다. 책도 사고 공연도 봤는데, 세금까지 깎아준다고 하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나. 마냥 칭찬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문화와 다를 바 없는 체육·관광이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연회비 수십만 원인 피트니스 센터에 가보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수많은 사람이 구슬땀을 흘린다. 확실히 그 전보다 늘었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다양한 동호인 또는 개인 체육 활동에 지갑을 연다. 마음을 가꾸는 책은 되고, 몸을 가꾸는 체육 활동이 안 될 이유가 있나. 연극·콘서트 공연 관람은 되고, 스포츠 경기 관람은 안 될 이유 역시 없다. 시간은 늘었고, 돈은 줄었다. 문화뿐 아니라, 스포츠·관광도 포함하라. 소득공제의 차별을 금(禁)하라.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카운터어택] 소득공제 차별을 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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