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46] 용의 알, 달항아리
[조용헌 살롱] [1346] 용의 알, 달항아리
중국·일본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항아리가 달항아리이다. 왜 한국에서만 이 항아리가 만들어졌던 것일까? ‘달항아리’라는 이름은 1950년대에 화가 김환기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달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달이 아니라 ‘용(龍)의 알’을 형상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근거는 1719년의 ‘경현당석연도’에 등장한다. 숙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 보면 용이 그려진 백자인 쌍용준(雙龍樽) 청화백자 2개가 윗자리에 놓여 있고 그 아래 위치에 백자가 놓여 있다. 아래 위치에 놓인 백자를 백립항(白立缸)으로 불렀다. 왕이 참석하는 궁중 행사에서 용이 그려진 쌍용준과 용이 그려지지 않은 백립항(달항아리)은 복식조로 같이 등장하곤 하였다. 이 백립항의 상징적 의미는 ‘용의 알’이다. 쌍용준은 왕을 상징하고 백립항은 신하를 상징한다. 왕은 용이고, 신하는 알이라고 짐작된다. 달항아리는 달이 아니고 용알이었지 않나 싶다. 용산이 용의 머리 부분이라면 여의도는 용알에 해당한다.
중국미술연구소의 전윤수(55)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54㎝짜리 대형 달항아리를 보고 난 다음에 퍼뜩 떠오른 영감이 ‘이건 용의 알이다’라는 느낌이었다. “이건 어디서 구했나?” “도쿄 미술경매시장에서 수십억을 주고 낙찰받은 것이다. 살고 있던 서울 한남동 아파트를 담보 대출 받아서 대금을 치렀다.” 도쿄의 수준급 미술 경매 시장에는 한국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철저하게 자기들끼리의 거래이다.
도쿄 교바시에 있었던 유명한 골동가게인 후겐도(不言堂)의 창립자 사카모토 고로 밑에서 전윤수는 10여 년 골동 수업을 받았다. “천하 명품을 만나면 집이라도 팔아서 손에 넣어라. 절대 찬스를 놓치지 말아라”가 사카모토의 가르침이었다. 수업받으면서 꿀밤도 많이 맞았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 5번을 도쿄에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6번째 찾아갔을 때 사카모토가 제자로 받아 줬다고 한다.
후겐도에서 10여 년씩 도제 수업을 하며 길러낸 제자들 100여 명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골동문파가 도리카이(桃李會)이다. 전윤수는 이 도리카이 멤버이다. 도리카이가 한국인 동문 후배를 뒤에서 밀어줘서 54㎝짜리 거대 달항아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달항아리의 크기는 45㎝가 한계인데, 이것은 그 한계를 훌쩍 뛰어 넘은 대작이라는 평가이다. 아시아의 명품은 고쥬교(壺中居), 류센도(龍泉堂) 같은 일본 골동 회사에서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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