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타인능해
중앙일보
입력 2022.05.05 00:14
업데이트 2022.05.05 00:39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타인능해
유응교(1943∼)
고향 집
운조루의
행랑채 들어서면
쌀독에
쓰여 있는
네 글자 타인능해!
누구나
쌀을 가져가
밥을 짓게 했대요
-거북이 삼형제
“누구나 열 수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에는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雲鳥樓)란 고택이 있다.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조선 영조 52년(1776)에 세운 99칸 대규모 저택인데, 이 댁의 행랑채에는 쌀이 세 가마 들어가는 원통형 나무 뒤주가 있다. 아랫부분에 쌀을 꺼내는 마개가 있고 그 위에 ‘누구나 열 수 있다’는 뜻인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어 있다. 운조루 주인이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 댁의 후손으로 건축가이기도 한 시인이 동시조집을 내면서 운조루의 미담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오던 시절에도 이런 구휼(救恤) 정신이 있어 함께 어려움을 버텨냈음을 일깨워준다. 오늘 같은 풍요의 시대에도 어려운 이웃이 있다. 어린이날 아침에 듣는 아름다운 노래라고 하겠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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