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사이클링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영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멀버리가 이달부터 온라인 스토어 국내 배송을 시작한다면서 “모든 배송 건의 포장을 ‘컵사이클링’ 쇼핑백 패키지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컵사이클링’이란 컵(cup)과 리사이클링(recycling·재활용)의 합성어로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카페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사진)은 물이 오래 담겨있어도 모양이 뭉개지지 않고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안쪽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돼 있다. 그래서 재활용이 어렵다. 종이의 셀룰로스 섬유를 물에 풀어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코팅된 종이는 일반 종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종이컵과 신문 등의 일반 종이는 따로 모아서 배출해야 하지만 국내 인프라가 부족해서 실천이 불가능하다. 소각·매립되는 종이컵 역시 썩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토양을 오염시켜서 문제다.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 사진 서정민 기자
친환경 방법 중 리사이클링(제품을 자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거나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이용하기),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버려진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 창조하기)은 소비 이후의 대처방법들이다. 반면 요즘 대두하는 ‘프리사이클링’은 소비 이전의 실천방법이다. 영어 접두사 프리(pre·미리)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물건 구매 전에 미리 환경 폐기물 줄이기를 고려해서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것.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후 좋은 약을 쓰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올겨울, 일회용 종이컵을 대신할 예쁜 텀블러 하나 장만해보시길. 참고로 겨울 코트와 털장갑, 그리고 텀블러는 꽤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