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립과 백옥정자를 착용하도록 하라
- 黑笠白玉頂子·흑립백옥정자
근래에 (관복을) 가볍게 고쳐서 귀하고 천함이 뒤섞였다. 지금부터 제군·재추·대언·판서·상대호군·판통례문사·삼사 좌우윤·지통례문사는 흑립과 백옥정자를 착용하도록 하라.
近來經改趍更, 尊卑混淆. 今後諸君宰樞代言判書上大護軍判通禮門三司左右尹知通禮門, 黑笠白玉頂子.(근래경개추갱, 존비혼효. 금후제군재추대언판서상대호군판총례문삼사좌우윤지통례문, 흑립백옥정자.)
위 문장은 ‘고려사’ 권제72, 12장 앞쪽에 있다. 고려 공민왕은 1367년 관직에 따른 관복을 규정했다. 제군·재추 등은 흑립(黑笠·검은 갓)과 함께 백옥정자를 , 이하의 관리는 청옥정자 또는 수정정자를 착용토록 하였다. 흑립 또는 칠립(漆笠)은 말총으로 엮어 옻칠을 한 검은 갓이다. 백옥정자는 백옥으로 만들 관(冠) 꼭대기에 다는 장신구다. 조선 ‘중종실록’ 권제22에도 흑립이 나온다. 홍문관 부제학 신상 등이 아뢰기를, “‘오례의’ 복제조에 ‘졸곡 뒤에는 백의에 오사모·흑각대를 착용하고 갓은 백립을 쓴다’ 하였는데, 지금 예관이 ‘검정 모자, 검정 띠에 백립을 쓰는 것은 체모에 어긋난다’ 하고 선조의 전례를 원용하여 흑립을 쓰기로 의논하였습니다.…” 하였다.
지난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티월드페스티벌 주최·주관 제19회 국제차문화대전이 열렸다. 필자는 2일 중앙무대에서 하동차(河東茶) 홍보 차원에서 한복 입고 흑립을 쓴 채 ‘선비차 다례’ 시연을 했다. 차를 우려내고 대접하는 동작을 하다 보니 흑립이 앞으로 쏠렸다. 그동안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연을 할 때마다 흑립이 앞 또는 옆으로 쏠려 애를 먹었다. 흑립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한설야(1900~1976)의 장편소설 ‘탑(塔)’에 보면 “송병교는 역시 박의 주선으로 토관도 지내고 통영갓에 탕건을 썼다”는 문장이 나온다. 백석 시인의 시 ‘통영’에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그의 시 ‘통영-남행시초 2’에 “갓 한닢 쓰고 건시 한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한감 끊고 술 한병 받어들고” 구절이 있다. 조선 양반가 사모님의 자랑거리로 통영자개와 장석이 달린 통영장·통영소반·통영대발이 손꼽혔다. 조선 최고의 남성 액세서리는 통영갓이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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