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6] 당나라와 중국
당나귀와 당면. 두 단어 앞에 붙은 ‘당’은 과거의 중국을 가리켰던 글자 당(唐)에서 비롯했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런 씀씀이의 ‘당’은 제법 많다. 중국인을 당인(唐人), 그곳의 물품을 당물(唐物), 그 학문을 당학(唐學)으로 지칭했던 사례들이다.
중국 역사에서 극성기(極盛期)를 맞았던 당 왕조로 인해 생겨난 개념이자 호칭이다. 따라서 중국인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 글자로 곧잘 적는다. 해외의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차이나타운’을 대부분 당인가(唐人街)로 적는 점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쿵후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영화 ‘당산대형(唐山大兄)’의 ‘당산’은 해외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제 고향을 일컬을 때 자주 사용했던 일반명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허베이(河北) 동북 지역에 있는 인구 769만 명의 도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1976년 7월 리히터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해 약 3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때의 피해가 아주 참혹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도시 이름은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고구려를 치기 위해 이곳을 한 차례씩 오간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요즘 이 도시가 큰 화제다. 술집에서 남성 폭력배 9명이 성추행에 저항하는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한 사건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어느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권력의 부패와 무능, 그에 따른 폭력배의 발호, 국민 의식의 퇴보 등 사회 안전과 관리의 수준에서 현재 중국의 총체적 치부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은 왕조 이름이자 중국 정체성을 대변하는 글자이기에 앞서 ‘거짓말’ 또는 ‘어이없다’의 뜻을 지닌 글자다. 황당(荒唐), 당황(唐慌) 등의 조어가 그래서 나왔다. 경제성장의 거품에 가려졌던 중국의 진짜 모습을 지켜보자니 아주 황당하며 당황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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