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노트북을 열며] 달나라 옥토끼는 죄가 없지만

bindol 2018. 9. 21. 06:07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선조들은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풍요와 건강을 기원했다. 나도 그랬다. 매년 추석이면 가족과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정말 소원 성취를 믿어서라기보다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에서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은 옛이야기 속 옥토끼 이야기를 했다.
 
한데 올해 추석은 좀 다를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지난 18일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유튜브 생방송을 했다. 2023년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달 관광’을 떠날 첫 손님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일본 최대 온라인 의류쇼핑몰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42)가 주인공이었다.
 
미국은 1968년 아폴로 8호를 달 궤도에 보냈다. 이듬해엔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그리고 50년 뒤, 이번에는 미 정부가 아닌 민간 회사가 탐사가 아니라 관광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비행사가 아닌 일본 IT기업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마에자와는 나와 비슷한 연배다. 어릴 적 내게 우주여행은 어디까지나 영화나 TV 드라마 속 얘기였다. NASA 우주비행사는 요즘의 마블 영화의 히어로급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마에자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그런 마에자와가 ‘달 관광’을 가는 세상이 됐다. 언제? 내가 추석 달 보며 소원을 비는 사이에.  
     
달 관광이 허황하게 들린다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어떤가. 구글의 기업 정신은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다. 아폴로 계획을 추진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 식의 발상을 가리킨다. 케네디는 ‘달을 알려면 천체망원경 성능을 개선하기보다 달 탐사선을 보내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10%의 개선’보다 ‘10배의 혁신’에 도전하는 사고방식이다. 구글은 이런 문샷 싱킹을 바탕으로 세계 검색시장을 석권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 세상에 없던 제품을 여럿 내놨다. 언제? 내가 아들과 옥토끼 놀음을 하는 사이에.
 
올 추석 나는 달을 보며 아들과 스페이스X와 구글 얘기를 할까 한다. 오해는 마시라. 옥토끼는 죄가 없다. 문화와 전통은 지키고 보전해야 마땅하다. 다만 ‘옥토끼 전설’과 함께 스페이스X·구글이란 ‘현대의 신화’도 함께 얘기해 주겠다는 거다. 왜? 그래야 언젠가 우리도 우주선 쏘아올리고 달 관광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은 추석 연휴를 맞아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다룬 디지털 기사 ‘우주라이킷’ 시리즈를 준비했다. 다양한 우주여행 상품을 가상 체험해 보는 인터랙티브 콘텐트도 있다. 독자들의 즐겁고 ‘의미 있는’ 추석 명절을 기원한다.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출처: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달나라 옥토끼는 죄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