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동차 판매왕
“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꼽히는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가 남긴 말이다. 지라드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14년간 총 1만3001대의 신차를 팔았다. 12년 연속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 해에 1425대를 팔기도 했다. 35세까지 허드렛일을 전전하던 낙오 인생에서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거듭난 비결이 ‘250의 법칙’에 있었다.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과 지인 결혼식장에 갔다가 한 사람의 평생 교류 범위가 대략 250명임을 간파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250명의 잠재 고객을 얻고, 한 사람의 불만을 사면 250명에게 나쁜 평판을 얻게 된다고 여기고 남다른 고객 관리를 한 것이 판매왕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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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박광주 영업이사는 작년에 630대를 팔아 27년간 누적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만3507대에 달한다. 누적 판매로는 미국의 전설 조 지라드보다도 많다. 그는 10억원 넘는 연봉으로 부장 시절 사장보다 월급이 많았던 적도 있다. “첫 계약 때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질 않아 새벽 4시까지 그분 집 앞에서 기다렸어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었는데 무작정 기다린 저를 보고 미안해하며 선뜻 차를 계약해 주셨지요.”
▶분야는 달라도 판매왕의 업무 태도, 고객 관리에는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한 보험여왕은 “300명쯤 되는 고정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가족관계를 몽땅 외워서 한 분 한 분 챙겼다”고 했다. 전화 건 상대방 이름이 휴대폰 액정 화면에 뜨지 않던 시절에도 고객 목소리 특성을 외워두고 전화 응대를 했다는 자동차 판매왕도 있었다.
▶달변에,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이어야 판매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보험왕 폴 마이어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적성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의 상사도 “보험 판매 일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 파는 데만 몰두하는 다른 영업맨들과 달리, 내성적인 성격을 강점으로 살려 고객 얘기를 경청하고 고객 성격까지 꼼꼼히 파악해서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현대차에서 누적 7000대의 자동차 판매왕이 처음 나왔다. 현대차 판매왕이 밝힌 비결도 ‘간절함’이었다. 조 지라드는 “훌륭한 세일즈란 사시사철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연중 계속해서 땅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과 같다”고 했다. 판매왕이란 물건 잘 파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파는 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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