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32) 방하착(放下著)

bindol 2022. 7. 21. 03:57

(132) 방하착(放下著)

중앙일보

입력 2022.07.14 00:18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방하착(放下著)
김정희(1934∼ )

 

무 배추
장다리 밭에
옮겨 앉는 흰 나비

무심코 날아오른다
날갯짓도 가볍게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가볍게.

-복사꽃 그늘 아래 (고요아침)

 

놓아야 보인다

방하착은 불교에서 화두로 주로 쓰인다. 집착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온갖 번뇌와 갈등, 스트레스, 원망, 욕심 등이 얽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모두 던져버리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와서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조주 스님 말씀하시길 “내려놓거라(放下著).” 다시 엄양이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요?” 조주 스님 왈 “지고 가거라(着得去).” 조주 스님 말씀은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내려놓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놓지 못하기 때문에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사뿐 아니라 국정의 복잡다단한 문제도 아집에서 문제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하는 문제가 있는가. 완전히 놓아버려라.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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