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35) 안빈(安貧)을 염(厭)치 말아

bindol 2022. 8. 4. 04:12

(135) 안빈(安貧)을 염(厭)치 말아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0:16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안빈(安貧)을 염(厭)치 말아
김수장(1690~?)

안빈을 염치 말아 일 없으면 긔 좋은 이
벗 없다 한(恨)치 말라 말 없으면 이 좋은 이
아마도 수분안졸(守分安拙)이 긔 옳은가 하노라

- 『해동가요』 주씨본(周氏本)

 

잘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가난함을 싫어하지 말아라. 근심이 없으면 그것이 좋으니라. 친구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아라. 구설수가 없으면 이것이 좋으니라. 아마도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여 편안히 살다가 죽는 것. 그것이 옳은가 하노라.

조선의 가곡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집 『해동가요(海東歌謠)』를 편찬한 이는 노가재(老歌齋) 김수장(金壽長)이다. 병조에 소속된 서리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당시 가객으로서 명성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중인 출신이어서 사대부들처럼 문집을 남기지 못해 생애가 자세치 않다.

『해동가요』도 원본이 남아 있지 않다. 여러 종류의 이본이 있어 그 실체를 가늠할 뿐이다. 어려운 시대를 사는 지혜를 노래한 이 작품은 주시경 소장본을 납 활자로 간행한 것에 들어 있다.

한 시대를 사는 어려움은 비단 그때만의 일일까? 구설에 의한 패가망신, 분수를 넘는 것을 탐하다가 몸을 버리는 일들을 보며 명예를 지키며 끝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한다. 또한 진실로 성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돌이켜 보게도 한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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