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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361] 꾀꼬리를 찾아 보거라!

bindol 2022. 8. 22. 06:32

[조용헌 살롱] [1361] 꾀꼬리를 찾아 보거라!

입력 2022.08.22 00:00
 

경봉선사(鏡峰禪師·1892~1982)는 도를 통한 도인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사가 계신 통도사 극락암을 찾아왔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생선 장수도 찾아오고,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도 오고, 선방 수좌들도 왔다. 빈부귀천이 모두 와서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하고 인생의 길을 물었다. 통도사는 불지종가(佛之宗家)라고 불리는 사찰이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스케일이 큰 사찰이다. 뒷산의 바위 봉우리 모습이 독수리 형상이다. 독수리 ‘취(鷲)’자를 써서 산 이름도 영취산(靈鷲山)이다. 경봉은 180㎝가 훌쩍 넘는 키였으므로 그 당시로서는 장신이었다. 영취산의 영안(靈眼)을 지닌 독수리가 극락암에 앉아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맹금류 독수리는 자상한 독수리였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마디씩은 해주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연예인 대마초 사건이 있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노래를 막 히트시켰던 조용필도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가수 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백수가 되었을 때 사람들의 행보가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술에 절어 인생을 비관하며 보내지만 조용필은 통도사 극락암에 계신다는 도인을 만나보기로 하였다. 조용필이 극락암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데 마침 경봉 스님이 삼소굴(三笑窟·스님이 거처하던 방)에서 마당에 나왔다가 조용필을 봤다. 이때 경봉 선사의 나이 80대 중반이었다. “자네는 뭐 하는 사람인가?” “노래 부르는 가수입니다.” “그래, 꾀꼬리가 여기에 왔구나! 너는 꾀꼬리다. 꾀꼬리를 찾아 가지고 와 봐라.” “한번 찾아 보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조용필은 꾀꼬리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부지런히 찾았다. 도인이 하신 말씀이니까 그냥 재미로 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틀림없이 뭔가 있는 말씀이다. 밥 먹을 때도 찾아 보고, 똥 누면서도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꾀꼬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몇 달간 이 화두를 풀기 위해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조용필은 노래를 만들었다. 그 노래 제목이 ‘못찾겠다 꾀꼬리’였다. 뛰어난 예술가는 자기가 직접 겪었거나 당면한 문제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조용필의 노래 ‘못찾겠다 꾀꼬리’는 당대의 선지식이 던져준 화두를 고민하다가 나온 곡이다. 한번은 화가 장욱진이 극락암에 왔었다. 댓돌에 벗어 놓은 장욱진의 신발을 보고 경봉은 ‘까치가 왔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선사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