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의漢字..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1223] 白旗(백기)

bindol 2022. 9. 26. 04:32

白 旗

*흰 백(白-5, 8급) 

*깃발 기(方-14, 7급)

 

‘적은 궁지에 몰리자 곧 백기를 들었다’의 ‘백기’ 같이 한글로 써놓은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속을 쪼게 봐야 알 수 있다. ‘白旗’라 써서 그 속을 낱낱이 쪼게 보자. 

 

白자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엄지손톱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설이 옳을 듯하며, ‘우두머리’(a boss) ‘맏이’(the eldest)가 본뜻이었다. 그런데 ‘하얗다’(white)는 낱말의 발음이 이것과 똑같아 그 뜻으로도 빌려 쓰이는 예가 잦아지자, ‘맏이’란 뜻을 위해서는 伯(맏 백)자를 추가로 만들어냈다. 

 

旗자의 其(그 기)는 발음요소이고, 그 나머지는 깃발이 펄럭이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이 글자의 의미요소로 쓰였다. ‘깃발’(a flag)이란 본래 의미가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白旗는 ‘흰[白] 깃발[旗]’이 속뜻인데, ‘항복의 표지로 쓰이는 흰 깃발’을 이르는 것으로 많이 쓰인다. 장군에게 있어서 항복은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다. 

 

‘삼국지’란 역사책에서 맹장(猛將) 장비를 이렇게 칭송하였다. 

 

 “머리 떨어진 장군이 있을 뿐, 

  항복한 장군은 없도다.”

  但有斷頭將軍, 단유단두장군

  無有降將軍. 무유항장군

  - ‘三國志’·蜀書·張飛傳.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종이&앱 편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