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旗
*흰 백(白-5, 8급)
*깃발 기(方-14, 7급)
‘적은 궁지에 몰리자 곧 백기를 들었다’의 ‘백기’ 같이 한글로 써놓은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속을 쪼게 봐야 알 수 있다. ‘白旗’라 써서 그 속을 낱낱이 쪼게 보자.
白자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엄지손톱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설이 옳을 듯하며, ‘우두머리’(a boss) ‘맏이’(the eldest)가 본뜻이었다. 그런데 ‘하얗다’(white)는 낱말의 발음이 이것과 똑같아 그 뜻으로도 빌려 쓰이는 예가 잦아지자, ‘맏이’란 뜻을 위해서는 伯(맏 백)자를 추가로 만들어냈다.
旗자의 其(그 기)는 발음요소이고, 그 나머지는 깃발이 펄럭이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이 글자의 의미요소로 쓰였다. ‘깃발’(a flag)이란 본래 의미가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白旗는 ‘흰[白] 깃발[旗]’이 속뜻인데, ‘항복의 표지로 쓰이는 흰 깃발’을 이르는 것으로 많이 쓰인다. 장군에게 있어서 항복은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다.
‘삼국지’란 역사책에서 맹장(猛將) 장비를 이렇게 칭송하였다.
“머리 떨어진 장군이 있을 뿐,
항복한 장군은 없도다.”
但有斷頭將軍, 단유단두장군
無有降將軍. 무유항장군
- ‘三國志’·蜀書·張飛傳.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종이&앱 편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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