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예비군은 약 2500만 명에 이른다. 현재 동원이 예정된 예비군은 30만 명이지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쟁에서 개죽음을 당하느니 팔이 부러지는 게 낫다고 여겼던지 인터넷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등의 검색 건수가 늘었다. 징집을 피하려고 인접국으로 향하는 직항 항공편이 동나고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논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동안 전쟁이 아니라 특수군사작전이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의 신나치 조직에 위협받는 러시아계 주민의 요청에 따라 그들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명분에 맞지 않게 부대의 정체를 숨기는 Z라는 기장을 사용했다. 이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후 각 지역에 세운 친러시아 공화국들이 합병을 청원하고 러시아는 그 청원을 받아들일 태세다. 합병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게 되고 특수군사작전은 전쟁이 된다.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해괴한 논리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철수는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 당시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전쟁 패배의 인정이 소련의 해체로 이어질지 예상 못 했다. 푸틴은 독일 드레스덴에 파견된 KGB 요원으로 그 과정을 지켜봤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러나 소련 해체로 몰락한 것은 러시아나 동유럽 국가 자체가 아니라 그 속의 공산 독재 세력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다고 해도 러시아가 몰락하는 건 아니다. 푸틴의 무모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느냐는 국제사회의 더 일치된 노력과 러시아 국민의 반전 의지에 달려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