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화폐단위 古今
화폐 단위를 1000원에서 1원으로 내릴 마련을 하고 있으며 이미 써오던 원과 전(錢)을 새 단위로 바꿀 셈이라 한다. 이에 어떤 새 단위가 마땅할까 그 역사를 더듬어 볼까 한다. 고조선 시대에도 자모전(子母錢)이라는 화폐를 썼는데 무거운 모전(母錢)과 가벼운 자전(子錢)의 양단위제(兩單位制)로, 지금 제도와 같다는 점에 주의하게 된다.
이 돈은 문자가 새겨지지 않은 무문전(無文錢)으로, 고구려에 흡수된 동옥저(東沃沮)에서 장가가려면 이 무문전을 지고 가 처가 문전에서 애걸해야 했다. 신라승 김대비(金大悲)가 전이십천(錢二十千)을 뇌물로 쓰고 육조대사(六祖大師)를 얻어 해동에 돌아와 공양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신라 초기에도 이 무문전이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성종15년(996)에야 화폐단위로 통보(通寶)와 중보(重寶), 원보(元寶)가 등장하는데 당나라 화폐단위들로 조선조 고종 23년까지 지속된다. 조선조에 들어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재건을 위해 발행했다는 당백전(當百錢)은 상평통보(常平通寶)를 확대시킨 것으로 차별화했었다. 윤치호(尹致昊)가 예닐곱 살 적에, 군부 대신을 역임한 그의 아버지 윤웅렬(尹雄烈)이 당백전으로 만든 갑옷을 집에서 보았다고 회고한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방탄복으로까지 돈이 활용되었음은 당백전의 가치 하락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국방과 경제를 합일시키는 사상적 유물로 높이 평가되기도 했던 당백전 갑옷이다.
고종 때 돈을 만들어내는 전환국이 가동되면서 금화를 환(?), 은화를 양(兩), 동화를 문(文)이라 하여 15종의 새 화폐를 발행했었다. 광무 연간의 예산안을 보면 원(元)으로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원(圓) 단위는 강제 병탄당한 후 일본 화폐단위에서 비롯된 잔재다. 광복 후에 환이 부활했다가 다시 원-전으로 되돌아가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은 중화민국시대에 원(圓)-전(錢)으로 바뀌고 일본은 메이지시대에 원(圓)-전(錢)으로 바뀌어 동아시아 3국의 공통단위이긴 하다. 원-전 단위를 바꾸는 이유로 혼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 했으나, 그 이전에 왜색단위라는 청산 차원에서 명분을 찾을 수 있겠다. 그래서 선례를 취한다면 보(寶)-환(?)-양(兩)-문(文) 중에서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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