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북의 ‘창의적’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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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 북한 공군이 하루에만 650여 차례나 전투기들을 띄워 한·미군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평상시엔 100여 회, 동계훈련 기간에도 많아야 하루 300~400여 회였다. 김정은이 그해 초 공군부대를 집중적으로 시찰한 뒤 북한 공군이 충성 경쟁을 벌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 이듬해엔 하루 비행 횟수가 700회까지 늘어나는 기록을 세운 뒤 북 전투기들의 비행은 다시 잠잠해졌다.
▶북한이 지난 8일 단일 출격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50대 동시 출격을 기록했다고 주장해 진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체 810여 대 북 전투기 중 비교적 신형기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6·25전쟁 때 투입됐던 미그-15까지 출동시켰다고 한다. 실제 뜬 비행기는 수십 대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주장을 허장성세로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 지난 2010~2012년 북한은 GPS 교란 장비로 우리 항공기와 민간 선박 등을 괴롭혔다. 3년간 항공기 1137대, 함정 4척, 선박 225척, 어선 36척 등 총 1402대의 기기와 장비가 전파 교란의 영향을 받았다. 북 GPS 장비의 가격은 대당 수십만원에 불과했다. 북한 입장에선 ‘가성비 갑’ 무기인 셈이다.
▶김정은이 ‘만능 보검’이라 했던 사이버전, 해커부대들도 대표적인 북한의 가성비 갑 무기다. 북 해커들은 각종 군사기밀을 빼내는 것 외에도 수조원대 가상화폐를 해킹해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ICBM 이동식 발사대는 원래 중국 특수차량을 밀수입한 것으로 10대 미만이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 기술로는 중국제와 비슷한 ICBM 이동식 발사대를 만들기 어려워 ICBM 숫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제를 개량해 세계에서 가장 큰 ‘괴물 ICBM’ 화성-17형 이동식 발사대를 만들어냈다.
▶북한이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이른바 ‘창의적 도발’의 압권은 엊그제 공개된 저수지 발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었다. 물론 저수지 발사가 겨울에는 쏘기 어렵고 가뭄에는 수중발사대가 노출되는 등 한계도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의 ‘킬 체인’(Kill Chain) 능력을 의식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다”며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북한은 도발 궁리만 하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은 없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북한의 궁여지책이 ‘궁즉통(窮則通)’이 되면 우리에겐 악몽이 된다.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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