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상

유동규, 김용... ‘대장동 중간다리 4인방’ 관계 대해부 [에그스토리]

bindol 2022. 10. 23. 08:08

유동규, 김용... ‘대장동 중간다리 4인방’ 관계 대해부 [에그스토리]

남욱→정민용→유동규→김용→?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얽힌 유착고리
선거 때마다 거액 오간 정황들 #에그스토리

입력 2022.10.23 07:00
 
 
 
 
재판 중에 잠시 (이재명 기자회견) 기사를 봤다. 굉장히 재미있더라...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구치소 가서 1년을 명상하면서 있어보니까 깨달은 게 참 많아졌다.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21일 석방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검찰에서 입을 열었다더니, 이제 기자들을 만나 과감한 말을 쏟아낸다.

‘대장동 의혹’ 사건이 ‘대선 자금’ 사건으로 특정되고 있다. 대장동 일당의 불법 자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간 꼬리가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새벽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속도를 더 내게 됐다.

김용의 혐의는 지난해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민주당 대선 경선 자금 20억원을 요구해 남욱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중간에 떼어먹는 ‘배달사고’, 다시 돌려준 ‘반환’의 과정을 거쳤다.

이런 드라마가 없다고들 한다. 대장동 사업을 일으킨 남욱과 정민용, 중간에 낀 유동규, 그리고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은 김용. 이들의 연결고리를 짚어드린다.

✔이재명은 ‘남욱 말 들어보라’는데, 남욱은 ‘뒷돈 증거’ 넘겼다

남욱은 대장동 논란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10월 귀국과 동시에 체포됐다. 사진은 JTBC가 미국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JTBC 뉴스룸 캡처

대장동 사업에 지분을 갖고 있는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다. 8721만원을 출자해 100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서강대 법대를 졸업하고 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자격증은 있지만 변호사 경력은 별로 없다. 석산 개발 사업,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주로 했고, 한나라당 청년부위원장을 지낸 적도 있다.

부동산으로 돈버는 변호사. 2009년 이른바 용역자(로비스트)로 대장동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당시 LH의 공공개발 사업을 무산시키는 작업에 동원됐다. 2010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 2011년 대장동 사업의 대표를 맡았다. 이 신임 시장이 민간개발이 아닌 공공개발을 추진하자, 그의 측근인 유동규를 접촉해 민관합동개발을 부탁한다. 그 대가로 성남시가 추진하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돕기로 약속했다.

현직 기자 김만배도 이때 동원된다. 남욱 일당은 공사 설립을 반대하던 성남시의회 로비를 통해 2013년 2월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성사시켰다. 이즈음 남욱 일당은 유동규에게 3억5200만원을 뇌물로 줬다.

이들의 유착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화가 최근의 남욱의 추가 공소장에 나와 있다. 2014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때 나눈 대화다.

“내년 선거에서 이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유동규)
 
“(위례 사업에서) 100억원 정도 수익이 예상되니, 법인을 만들어 유 본부장님 몫을 챙겨드리겠다.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6월에는 돈을 쓰실 수 있도록 하겠다.”(남욱)
 

그러나 남욱은 2015년 갑자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훗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장동 사업은 이미 김만배가 차지한 뒤였다. 남욱은 일부 지분을 가진 동업자 정도로 역할이 줄었다.

지난해 8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남욱은 미국으로 도피했다. 도피 중 언론에 “이재명 자사와는 모르는 사이다” “(이재명은) 사업권을 뺏아간 사람이다”라고 인터뷰도 했다. 같은 해 11월 4일 배임과 뇌물공여 약속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작년 김용에게 돈을 전달할 때마다 측근을 통해 금액과 전달장소 등을 꼼꼼히 적어놨다가 최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사무실, 지하주차장 돌며 ‘남욱 돈’ 받아 전달한 정민용

남욱의 서강대 법대 후배이고, 변호사다. 정민용 역시 변호사 일보다는 다른 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2~3명을 거쳐 보좌진으로 근무하다 2014년 남욱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에 들어갔다. 단순 취직이라기보다, 공사 사장 직무대행이던 유동규와 남욱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려고 들어갔다.

정민용 변호사가 작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정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지호 기자

남욱, 김만배의 핵심 동업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추천으로 김민걸 회계사가 공사에 들어온 것도 이때다. 정민용의 상급자인 전략사업팀장으로 근무했다. 전략사업팀은 대장동과 위례신도시사업 등 이재명 시장의 공약사업을 전담하는 사실상 별동대였다. 정민용은 이 시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급자들을 패싱하고 직접 이 시장 비서실에 보고서를 전달하거나 시장 앞에서 보고한 적도 여러번이었다고 한다.

올 2월 고속도로 변 배수구에서 발견된 ‘대장동 문건’ 보따리도 정민용의 것이었다. 그의 명함과 원천징수영수증 등이 발견됐고, 2014~2018년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서와 문서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이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및 재판 대응 문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문건을 폭로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정민용은 이재명 시장과 독대해 보고서 결재를 받아냈고, 그 공로로 100억원을 약속받았다”며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달리는 차 안에서 (문건 보따리를) 버린 것”이라고 했다.

정민용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을 주도하면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해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그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35억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 수뢰), 이 돈을 뇌물이 아닌 정상적인 투자·대여로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의혹의 ‘대선자금’ 전달 경로에도 끼어 있다. 정민용은 남욱 지시로 돈을 마련한 천화동인4호 이사 이모씨로부터 서울 서초동 사무실, 성남 분당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전달받아 유동규에게 다시 돈을 전달했다. 그는 유동규가 뇌물을 받기 위해 만든 회사로 의심받는 ‘유원홀딩스’의 동업자이기도 하다.

 

✔ “이재명이...” 1년만에 출소하며 ‘봉인’ 해제된 유동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사건 관련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자정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연합뉴스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가전제품 유통회사, IT업체, 건축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다. 휴대폰 부품 사업도 했으나 번듯한 직장은 없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은 2008년 자신이 살던 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할 때다.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이 시장을 지지하고 도왔다.

2010년 이 시장이 당선되자 유동규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임명 때부터 시의회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졌고, 임기 중에도 인사 전횡으로 여러차례 물의를 빚었다. 약 2년간 근무하면서 공단 직원 10여명을 해고해 감사원 감사만 2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 안팎에선 “좌(左)진상, 우(右)동규라고 불릴만큼 이재명 시장의 측근”이라는 말이 많았다.

2014년 이 시장이 재선에 도전할 때는 돌연 성남도시개발공사(옛 성남시설관리공단과 통합)를 그만두고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이 시장이 당선되자 또 다시 같은 자리로 복귀했다. 형식은 공개채용이었지만 사실상 특혜채용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일 때는 기존의 개발관련 부서 외에 전략사업팀을 만들어 대장동, 위례신도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평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에 들어가서, 기획실장을 맡아서 그 조직을 ‘확 뒤집어놓겠다”며 이 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후 2018년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때 그는 또 따라 그만뒀다가 당선된 뒤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사실상 실무책임자였다. 지난해 10월 3일 구속된 유동규이 범죄 혐의는 이렇다.

2013년 남욱, 김만배 일당과 짜고 반대하던 시의회를 매수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남욱 일당이 짜놓은대로 공모지침서를 만들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고 3억여원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년 뒤인 2015년 대장동 사업 때도 남욱, 김만배 일당의 요구대로 공모지침서를 만들어 사업자로 선정하고, 본 계약 때는 그들에게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조항 등을 삭제시켜 성남시에 1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부인하고 있지만, 사업자인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700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돈을 두고 “유씨가 개인적으로 받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이재명의 선거자금으로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드러난 ‘대선 자금’도 김용에게 직접 전달한 사람은 유동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소 후 언론인터뷰에서 “법을 믿고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지은 죗값만 받겠다”며 향후 진상규명을 위한 폭로를 예고했다.

✔이재선 고소... ‘이재명’ 호위무사 2인 중 하나, 김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튜브 캡처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둔 김용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제 분신같은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또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유동규가 구속되자 “측근이라면 김용이나 정진상쯤은 돼야 측근”이라고 했다. 그만큼 김용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해 미디어회사 대표를 지냈다. 성남에서는 ‘관제졸속통합저지 성남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을 맡아 시민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는, 유동규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활동을 하며 만났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성남시의원에 당선됐다. 김용은 이 대표가 시장에 당선된 뒤 친형인 이재선과 갈등를 빚을 때 이재선을 고소하는 등 이재선을 괴롭히는데 앞장설 정도로 측근으로 활동했다. 이 대표 역시 공개석상에서 김용을 칭찬하거나 SNS 등으로 그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자주 냈다.

2013년 남욱 일당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위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최윤길을 의장으로 만들 때, 민주당 내부에서 상대당 후보인 최윤길이 당선되도록 몰래 움직인 인물도 김용이었다고 한다. 또 그는 시의원으로 있을 때 공사 설립을 위한 예산안 통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만배와 유동규, 정진상 등과 함께 이른바 ‘도원결의’를 맺은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김용은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인수위원회 대변인, 경기도 대변인 등을 맡았고,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정진상과 함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로 당선된 뒤엔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지난 19일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