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캘리포니아 선거

bindol 2022. 10. 31. 08:36

[이규태코너] 캘리포니아 선거

조선일보
입력 2003.08.24 18:16
 
 
 
 

미국 1개 주의 선거가 세계적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상품이 부실하면 반환하는 리콜을 하듯이 거액의 재정적자로 불신을 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수반되었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기는 하지만 난립한 지사 후보들의 면면이 점입가경이다. 왜냐하면 입후보자가 적지 않이 15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선거,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하게 하는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된 이유로 등록 절차가 간단하다는 것을 든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65명의 추천자와 350달러의 등록비만 내면 지사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현 지사의 리콜이 전제된 선거이기에 정당 단위의 예비선거가 없어 후보자를 거를 수 없는 것도 원인이다. 후보자로는 보디빌딩의 세계 챔피언이요 인기스타인 슈워제네거는 고사하고 포르노 여배우인 메리 캐리는 “슈워제네거와 동등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 하여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가 하면 포르노 잡지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는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이기에 포르노 장사를 하는 나를 문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포르노 애호자로 격하시키고 있다. 최고령 입후보자로 100세의 할머니는 “105세까지의 계획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출마”라고 노익장을 내세웠다. 눈길을 끄는 출마 변으로 “손자들이나 먼 후손들에게 할아버지는 주지사에 출마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출마한다”고 했다. 곧 족보에 올릴 직함을 위한 출마랄 수 있다.

그 뭣보다 골치 아픈 것은 선거관리다. 100명을 넘는 후보자 명단을 투표용지에 기재하다 보면 소책자가 되고 말 것이요, 그 순서의 전후를 두고 말썽이 생길 것이 자명하니 원칙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복불복의 추첨이다. 알파벳 한 자씩 적은 캡슐을 원통 속에 섞어 무작위로 꺼내어 나오는 순번대로 그 알파벳 두문자로 된 후보자 이름으로 서열을 정한다든가…. 선거 진행도 그렇고 선거권자와의 괴리도 그렇고 마치 복권 당첨이나 인기 투표처럼 돼 가는 추세도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보편화하고 저변화할수록 그 이념과는 멀어지게 되고 해프닝으로 추락하는 추세의 한 정치적 증후로 학자들은 주시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코너] 동독 향수  (0) 2022.10.31
[이규태코너] 커진 유방  (0) 2022.10.31
[이규태코너] 성불사의 풍경  (0) 2022.10.31
[이규태코너] 화성 접근  (0) 2022.10.31
[이규태코너] 지우제(止雨祭)  (0) 2022.10.31